[동아광장/김정호]경제학 기본도 모르는 FTA반대 논리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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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영화도 더 잘 만들고, 농사도 더 잘 짓고, 서비스업도 더 잘하는데 자유무역이라니. 그러다가 우리나라가 실업자로 넘쳐 나는 것 아닐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미국의 식민지가 되느니, 자본의 총공세니 하는 반대가 있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반대라는 걸 대부분의 시민은 잘 알고 있다. 시민들의 걱정이 있다면 자유무역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리라. 그리고 우리의 일자리를 앗아 가는 FTA라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FTA를 하자고 하는 것은 그것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또 더 돈벌이가 잘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비교우위의 원리에서 출발한다. A가 B보다 모든 것을 더 싼값에 생산할 수 있더라도 A가 모든 것을 생산하는 것은 손해다. 그보다는 A는 자기가 제일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것에 전문화하고, B에게는 덜 못하는 것의 생산에 전문화하게 해서 그 결과를 교환하는 것이 A와 B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리고 A와 B에게 자유가 주어지면 누구의 개입 없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간다는 것이 비교우위론이다.

경제학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인 이론이지만,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경제학 전공자들도 시험 칠 때는 외워서 써 놓고도, 시험장 밖에 나오면 늘 A가 모든 것을 다 하고 B는 실업자가 될 거라는 절대우위론적 사고로 돌아가곤 한다. FTA가 일자리를 뺏어 갈 거라는 걱정도 절대우위론이다.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든 못하든 다행히도 현실 세상은 비교우위론이 지배한다. 경쟁력이 약한 사람에게도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비교우위 원리가 지배하는 이 세상의 모습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의 농촌 현실은 좋은 증거다.

우리나라의 식량 생산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맡고 있다. 절대우위론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보다 모든 것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일도, 음식점을 경영하는 일도, 농사를 짓는 일 모두 노인보다는 젊은이들이 더 잘한다. 그리고 농사일에서 노인과 젊은이가 경쟁한다면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이긴다. 절대우위론이 맞는다면 농사일까지도 모두 젊은이가 차지할 것이고, 노인은 모두 실업자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농사일이 대부분 노인들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절대우위론이 아니라 비교우위론이 현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원리는 자동으로 작동한다. 농사일이 노인의 것이 된 것은 젊은이가 노인에게 일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이 젊은이 자신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이익인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동으로 하기 마련이다. 한 나라 안에서건, 나라 간의 관계에서건 자유로운 거래가 허용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비교우위의 원리는 작동을 시작한다. 거기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들도 생겨난다.

그런데 불행히도 좋은 일자리들이 생겨나려면 그전까지 해 왔던 일들에는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안 맞는 일을 하던 사람들은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것을 찾아야 하며, 그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 없이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없지만 누구도 그 고통을 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느 나라나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1994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려고 할 때, 세 나라 모두에서 격렬한 반대 투쟁이 일어났다.

미국 사람들은 멕시코의 싼 임금의 노동자들 때문에 자신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고 저항했고, 멕시코 사람들은 미국 농산물이 자국 농업을 황폐화할 것이라며 저항했다. 중간에 끼인 캐나다인들 역시 미국과 멕시코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성공적이다. 세 나라 모두 수출 규모가 엄청나게 늘었고 그 덕분에 일자리도 늘었다. 어느 누구도 NAFTA 때문에 멕시코가 미국이나 캐나다의 식민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12년 전 미국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있었던 FTA 반대 운동은 어리석은 국력의 낭비에 불과했다. 우리 자신이 지금 그런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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