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90%가 ‘직접투자 부적격’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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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들은 돈을 잃건 따건 직접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돈을 잃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남이 자신의 돈을 굴리는 건 못 참는다는 거죠.”

개인투자자를 자주 만나는 증권사 지점장의 말이다.

한국은 직접투자자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은 나라다. 국내 증시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22.59%로 기관투자가 비중(18.56%)보다 높다.

세계에서 이런 증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프랑스는 기관 비중이 개인의 3배 이상이고 독일이나 일본도 기관 비중이 훨씬 높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이 거의 없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식 직접투자자가 많은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개인투자자 가운데 직접투자를 해도 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드물다는 점. 개인투자자 10명 중 9명은 직접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 분산투자 착각하는 개인투자자

개인투자자 최모(40) 씨는 올해 초 주식 투자를 시작한 초보 투자자다. 그는 5개월 동안 원금의 25%를 까먹었다.

그는 나름대로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량주 3종목에 골고루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근 하락장에서 최 씨의 투자 수익률은 지수 하락률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최 씨의 투자 종목을 살펴본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키움닷컴증권 장영수 연구원은 “3종목 모두 수출 관련 대형주”라며 “이렇게 투자하면 위험이 전혀 분산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분산투자란 단순히 종목 몇 개에 나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업종별로 골고루 투자해 위험의 크기를 줄이는 전략이다. 수출주와 내수주, 정보통신주와 굴뚝산업주 등에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개인투자자는 단순히 3, 4개 종목을 산 뒤 ‘나는 분산투자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삼성증권 장진우 AM지원파트장은 “업종별로 두 종목씩, 최소 12개 업종에 투자해야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분산투자도 끊임없이 비중을 조절하는 등 관리해야 증시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는데 개인투자자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전문가들 “직접투자 말리고 싶다”

어떤 투자 성향을 띠든 주식 투자를 직업으로 삼는 전업 투자자가 아닌 개인은 직접투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기 가치투자로 지난해 100% 가까운 수익률을 낸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은 “기업의 모든 것을 세밀히 분석해야 하는 가치투자를 일반인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주식을 사고파는 ‘데이 트레이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전업투자자 장모(39) 씨는 “대충 책 3, 4권 읽고 전문가 흉내를 내면 높은 수익이 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 경제의 잠재 위험요인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증시에서 직접투자를 하는 주식투자 인구는 353만7000명.

2004년에 비해 6%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인구의 15%가 주식 직접투자를 하고 있는 것. 게다가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코스닥시장의 주식투자 인구는 오히려 2004년에 비해 6.7% 증가했다.

주식 직접투자자의 비중이 큰 만큼 제대로 금융지식을 갖추지 못한 채 투자를 계속한다면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처럼 주가가 급락하면 위험 관리에 소홀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 이는 가계 금융자산 감소로 이어져 소비 둔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삼성증권 임일수 상무는 “개인투자자가 종목과 타이밍을 잘 골라 큰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전문가에게 자산 관리를 맡기는 게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나는 직접투자에 적합한가

1. 지금 보유 중인 종목이 3종목 내외다.

예 □ 아니요 □

2. 나는 주가가 다음 주나 혹은 몇 시간 뒤에 오를 것으로 보고 주식을 매수한 적이 있다.

예 □ 아니요 □

3. 종목별 투자금액을 결정할 때 해당 종목의 시가 총액이나 기대수익률보다 내가 지금 얼마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하는 일이 많다.

예 □ 아니요 □

4. 처음에는 단기에 이익을 실현한 후 빠져나오려 했지만 손실이 나는 바람에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그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예 □ 아니요 □

5. 수익이 난 종목을 팔아버렸는데 그 종목 주가가 계속 올라 애를 태운 경험이 있다.

예 □ 아니요 □

6. ‘과거 고점에 비해 많이 하락한 종목은 언젠가 과거 주가로 회복할 것이다’라고 예상하고 주식을 산 경험이 있다.

예 □ 아니요 □

7.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는 종목은 ‘내가 매수하면 바로 하락할 것 같아 추격 매수하기가 겁난다’고 생각한다.

예 □ 아니요 □

8. 삼성전자 같은 고가 주식은 매수해 봐야 몇 주 못사기 때문에 5000원 내외의 싼 주식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예 □ 아니요 □

9. 전체적으로 수익이 났어도 손실이 난 종목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예 □ 아니요 □

10. 투자 실패의 원인이 거래 증권사나 담당 직원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교체한 적이 있다.

예 □ 아니요 □

‘예’가 5개 이상이면 절대 직접투자를 해서는 안 되는 투자자.

3, 4개이면 직접투자를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투자자.

2개 이하이면 직접투자를 해도 되는 투자자.

자료: 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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