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장도 아껴라”…기업들, 3高 대응 원가절감 특명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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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자(CEO)가 된 남상태 사장은 최근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중국 옌타이 출장을 다녀왔다. 경비절감 차원에서 사장부터 3시간 이내 이동거리 출장 때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기로 한 것. 임직원들도 국내 출장 때 긴급한 상황이 아닐 경우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요즘 신임 남 사장 주도로 허리띠를 한 단계 더 졸라매고 있다. 서울 사무소 엘리베이터의 2, 3층 버튼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낭비 자재를 줄이는 등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원화가치 상승(원화환율 하락), 고유가, 원자재값 상승 등 ‘3고(高)에 따른 3고(苦)’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짠물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해가고 있다.

골프접대나 고급 유흥업소 출입 등을 줄여 낭비성 지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출장 시 저렴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대기업은 직원들이 사무실을 비운 시간대에 소등(消燈)하도록 하고 이면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절약을 강조해 직원들의 정신 무장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 초 경영전략추진실을 신설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원-달러 환율하락으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이 연간 5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전사적인 비용절감 운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임직원 골프 자제령을 내렸으며, 접대비도 대폭 축소했다. 또 임직원들이 국내 출장 때 항공편 대신 고속철도나 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도 최근 임원회의를 열어 올해 원가절감 목표를 당초 5100억 원에서 89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특히 경영진과 직원 간 협의체인 ‘노경협의회’에서 낭비성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공동 경쟁력 증진 4대 실천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상영 포스코 홍보담당 상무는 “자율 절전, 액화천연가스(LNG) 구입비 절감,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열의 재활용 등을 통해서만 10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필립스LCD도 지난달부터 항공편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해상교통을 활용해 수출하고 있다. 항공 운송료가 해상 운송료보다 30배나 비싸기 때문에 납기 여유가 있는 주문은 배편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또 원가절감위원회를 두고, 120가지의 전사적인 경비 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내 형광등 7000여 개에 모두 절전 손잡이를 달아 필요한 곳에만 직접 불을 켜도록 했을 정도로 직원들의 절약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는 해외출장 경비를 줄이기 위해 화상회의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SK텔레콤도 지난달부터 근무자가 적은 점심시간대와 오후 9시 각각 사무실 전등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시스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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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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