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대책 되레 서민 울린다

  • 입력 2006년 1월 2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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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조세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비과세 및 세금 감면 폭 축소 △저소득층 소득 파악을 위한 자영업자들의 종업원 임금 명세 제출 △소주세율 인상 등 목적세 인상과 신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해 한국납세자연맹은 23일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거둬 저소득층을 지원하자는 것”이라며 “거꾸로 가는 양극화 대책”이라고 비판하는 등 납세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05년 조세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과세 및 조세 감면액 19조9878억 원 가운데 12조3122억 원(61.6%)이 봉급생활자, 농어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었다.

특히 봉급생활자에 대한 근로소득자 소득공제는 11개 항목에 7조7000억 원(38.5%)에 이르고 농어민용 기자재 부가세 면제액이 3조 원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 지원과 사회보장을 위해 깎아 준 세금도 3조6296억 원(18.2%)이다.

모두 서민생활과 직접 관련된 비과세 또는 세금 감면이다.

정부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 및 연구개발(R&D) 지원과 국방 관련 비과세 및 세금감면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봉급생활자, 농어민,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재경부는 이를 위해 5월부터 160개 감면 조항 가운데 75%에 달하는 120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조세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 파악을 위해 추진하는 ‘자영업자 종업원 임금 명세 제출’ 제도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근로소득보전세제’(일명 역소득세)를 도입하기 위해 종업원을 1명이라도 고용한 자영업자는 임금 명세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세금을 내기 어려운 저소득 근로자들의 수입을 정확히 파악해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임금 명세를 신고하면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추가 부담이 늘어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가 추가로 돈을 내 이들이 고용한 저소득 근로자를 돕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재경부는 보완책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좀처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선택(金善澤)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자영업자의 80%에 이르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 부담만 8%가량 늘어나는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재경부 홈페이지에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재경부 박병원(朴炳元) 제1차관은 2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주세율 인상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소주세처럼 목적세 성격을 가진 세금은 다른 항목으로 전용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극화 재원으로 활용하기 힘들고 세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익대 전성인(全聖寅·경제학) 교수는 “비과세와 조세감면 축소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서민들의 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양극화 해결에는 역행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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