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央亞서 ‘보물 찾기’…종합상사들 ‘西로 西로’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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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를 찾을 일이 있으면 카자흐스탄으로 연락하라.” 국내 1위 종합상사인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은 올해 초 직원들과의 신년 모임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약간의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올해를 중앙아시아 진출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SK네트웍스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지하에 묻힌 비철금속과 유연탄 등 풍부한 광물 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이 회사는 광물이라는 빈틈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종합상사들 ‘중앙아시아로…’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한 한국 종합상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중앙아시아는 카스피 해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옛 소련 국가들로 이어져 있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와 열악한 지리 여건으로 서방 세계와 단절되면서 ‘버림받은 땅’으로까지 여겨졌지만 최근 풍부한 원유매장량에 힘입어 제2의 중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LG상사가 이곳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 서남부의 아다(ADA) 광구 지분 50%를 현지 업체와 함께 인수했다.

아다 광구는 채굴 가능한 매장량이 5억5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자이언트급 유전’으로 LG상사는 3월 말 상업 생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탐사 작업에 들어간다.

카스피 해 북부의 잠빌 광구에서는 한국석유공사가 삼성물산, LG상사, SK㈜ 등과 함께 광구를 분양받기 위해 연합작전을 펴고 있다. 이곳 역시 매장량이 최소 9억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물(大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내 기업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본격화한 뒤 아직 가시적 성과는 많지 않지만 선진국들이 이미 선점한 중동과 달리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부한 석유와 수송로 확보가 매력

외환위기 이후 한국 종합상사들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고민해 왔다.

대기업 구조조정과 계열분리로 계열사의 수출대행 기능만으로는 더는 살아남기 힘들어졌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에너지 개발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종합상사의 에너지 개발사업은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 한정돼 왔다. 네트워킹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할 여력이 없었던 데다 수송로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륙을 잇는 원유 파이프라인이 뚫리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겼다.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의 추정매장량이 각각 2600억 배럴과 17조 m³에 이르는 카스피 해 진출에 성공한다면 큰 이득이 기대된다. 현재 세계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이 지역에 묻힌 원유와 천연가스는 전 세계가 각각 10년과 9년을 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에너지와 각종 광물자원 가격이 최근 2∼3년간 갑절로 치솟은 것도 이들이 중앙아시아로 달려가는 요인이다.

LG상사 장현식 에너지사업부문장은 “국제가격은 치솟은 반면 생산비용은 줄어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며 “중앙아시아에는 지상 유전이 많아 해상 유전보다 개발비가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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