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비슷하다고 한다.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 모으고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법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검찰청에는 정치인이나 기업체 간부들이 자주 드나든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조사를 받을까.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달라=서청원(徐淸源) 전 한나라당 의원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 원어치의 채권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검찰이 몰아붙이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 수사에서 문제의 채권을 현금화한 사람이 자신의 사위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박혁규(朴赫圭)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경기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출두했을 때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2억5000만 원을 받은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출두할 때 큰소리치는 사람일수록 조사 때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변호사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검사에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들어가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전설 같은 ‘왕 회장’의 근검절약=1993년 횡령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은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은 자술서를 쓰다가 실수를 하면 구기거나 버리는 대신 곱게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종이 한 장도 절약하려는 것이었다. 수사 검사였던 홍만표(洪滿杓)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은 “정 회장이 신고 있던 낡은 구두를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공 받는 한 끼 식사비용은 5000원. 검사들은 정치인 등 거물들의 경우 수사에 협조를 받기 위해 가능하면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제공한다.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과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대사는 ‘너무나 평범한 서민 음식’을 원해 화제가 됐다. 김 전 회장은 라면사리를 넣은 김치찌개를, 홍 전 대사는 자장면 곱빼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1999년 대검 중수부에서 뇌물제공 혐의로 조사를 받던 한 기업체 간부는 “생선회가 너무 먹고 싶다”고 애원을 해 수산시장 활어코너에서 회 한 접시를 ‘퀵 서비스’로 배달해 줬다고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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