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실 거쳐간 ‘거물’들 뒷얘기

  • 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정치는 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그로 인해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비슷하다고 한다.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 모으고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법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검찰청에는 정치인이나 기업체 간부들이 자주 드나든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조사를 받을까.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달라=서청원(徐淸源) 전 한나라당 의원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 원어치의 채권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검찰이 몰아붙이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 수사에서 문제의 채권을 현금화한 사람이 자신의 사위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박혁규(朴赫圭)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경기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출두했을 때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2억5000만 원을 받은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출두할 때 큰소리치는 사람일수록 조사 때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변호사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검사에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들어가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전설 같은 ‘왕 회장’의 근검절약=1993년 횡령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은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은 자술서를 쓰다가 실수를 하면 구기거나 버리는 대신 곱게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종이 한 장도 절약하려는 것이었다. 수사 검사였던 홍만표(洪滿杓)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은 “정 회장이 신고 있던 낡은 구두를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공 받는 한 끼 식사비용은 5000원. 검사들은 정치인 등 거물들의 경우 수사에 협조를 받기 위해 가능하면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제공한다.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과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대사는 ‘너무나 평범한 서민 음식’을 원해 화제가 됐다. 김 전 회장은 라면사리를 넣은 김치찌개를, 홍 전 대사는 자장면 곱빼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1999년 대검 중수부에서 뇌물제공 혐의로 조사를 받던 한 기업체 간부는 “생선회가 너무 먹고 싶다”고 애원을 해 수산시장 활어코너에서 회 한 접시를 ‘퀵 서비스’로 배달해 줬다고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