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가짜-진짜 상품展’…명품같은 짝퉁 수두룩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코멘트
어느 양주가 진짜?‘가짜 진짜 상품 전시회’가 31일 관세청 주최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 1층에서 열렸다.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와 대사관 직원들이 진짜와 가짜 양주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색깔이 옅은 왼쪽 양주가 가짜, 오른쪽이 진품이다. 권주훈 기자
어느 양주가 진짜?
‘가짜 진짜 상품 전시회’가 31일 관세청 주최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 1층에서 열렸다.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와 대사관 직원들이 진짜와 가짜 양주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색깔이 옅은 왼쪽 양주가 가짜, 오른쪽이 진품이다. 권주훈 기자
“이게 진짜죠?”

“틀렸어요. 그건 가짜예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로고가 새겨진 가방 2개. 언뜻 봐서는 모두 진품(眞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중 하나는 가짜다.

구찌 코너에서 안내하는 송아름 씨는 “자세히 살펴보면 가짜는 로고 색상이 흐린 데다 이음새가 조잡하고 시리얼 넘버가 붙어 있지 않다”고 귀띔했다.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 1층 ‘가짜 진짜 상품’ 전시회장. 패션 명품업체, 주류업체, 의류업체 등 50여 개 진품 제조회사가 1000여 가지의 가짜, 진짜 상품을 선보였다.

○ 진짜와 가짜, 그것이 알고 싶다

전시장 왼쪽 끝에 위치한 미국 캐주얼 브랜드 폴로 코너. 폴로 마크가 붙은 니트를 입고 있는 2개의 마네킹이 눈길을 끌었다. 어떤 마네킹이 진짜 폴로를 입고 있는지 궁금했다.

“니트의 마크를 자세히 보세요. 말이 좀 뚱뚱해 보이지 않나요? 또 이 남방의 폴로 마크는 말을 타고 있는 사람 머리색깔이 진짜와 다릅니다.”(두산 의류마케팅팀 정유선 씨)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주류 코너.

캔 맥주가 수북이 쌓여 있다. 처음에는 하이트(HITE) 카스(Cass) 등 국내 유명 맥주 브랜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하이어(HIRE)’, ‘하이브(HIVE)’, ‘시디에스에스(Cdss)’ 등 영어 스펠링이 조금씩 달랐다. 위조 맥주였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주로 유흥업소에서 400원에 가짜 맥주를 받아 1100∼1500원에 판다”며 “술에 취한 손님은 가짜와 진짜 맥주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짜 제품은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상표의 로고, 라벨, 제품의 재질 등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오래 쓰면 쉽게 망가진다.

회사원 김모(29) 씨는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짜 명품 브랜드 ‘펜디’ 손목시계 2개를 진짜인 줄 알고 70만 원에 샀다.

그는 “시계 뒷면에 시리얼 넘버가 없고 벨트 부분이 조잡해 국내 본사에 의뢰했더니 가짜였다”고 허탈해 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의 성정현 주임은 “이음매를 잘 살펴보고, 시리얼 넘버와 라벨, 로고 등이 제대로 적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가짜 알고 사는 사람이 더 문제

관세청에 따르면 가짜 상품 적발건수는 2001년 323건에서 2004년 670건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363건이 적발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2100억 원, 올 상반기는 1042억 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캐주얼 브랜드, 주류, 제약, 문구제품 등으로 위조 분야가 확산되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속아서 사는 것도 있지만 가짜 상품인 줄 알면서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도 문제다.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피터 튤리스 지적재산권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와 업체가 연대해 위조품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체 글로벌 브랜드의 육성도 위조품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