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비축량 4년째 제자리…올 7465만배럴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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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준공식을 가진 서산석유비축기지 전경. 석유1461만 배럴을 비축할 수 있다. 사진 제공 한국석유공사
18일 준공식을 가진 서산석유비축기지 전경. 석유1461만 배럴을 비축할 수 있다. 사진 제공 한국석유공사
석유 파동 등 유사시에 사용하는 석유비축량이 4년째 비축시설 규모 대비 7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취약한 석유 위기 대응능력을 감안하면 비축유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석유 비축시설 규모는 1억1620만 배럴. 하지만 실제 비축량은 7465만 배럴에 그쳐 시설 대비 비축량(충유율)은 64.2% 수준이다.

충유율은 2002년 71.9%로 처음으로 70%대에 올라선 이후 2003년 75.2%, 2004년 74.9%로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석유수입량 기준(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110일을 버틸 수 있는 물량이지만 실제 하루 소비량으로 따지면 75일분에 불과하다.

IEA가 권고하는 비축유 수준은 90일분 이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축유 보유량은 113일분이다. 미국과 일본도 각각 118일분과 136일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비축량은 적은 편이다.

비축유 보유 형태도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반반씩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선진국들은 정부 비축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현재 16억 배럴이 넘는 비축유를 모두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비축량을 추가로 10억 배럴 늘릴 계획. 일본도 민간 비축 의무를 90일분에서 70일분으로 줄이는 대신 정부 비축을 1억9000만 배럴에서 3억1000만 배럴로 확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략기획연구단 이복재(李福載) 선임연구위원은 “나라마다 비축유 보유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최근 정부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라면서 “한국도 정부 보유분을 현재 55일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축유를 확충하려면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오히려 예산은 줄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연도별 비축유 구입 예산은 2001년 2583억 원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448억 원, 올해는 151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산자부 관계자는 “비축유 구입 예산은 석유수입부과금 등 에너지 관련 세금으로 충당하는데 최근 세입 여건이 좋지 않아 예산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산이 확보된다고 해도 이미 유가가 너무 올라 정부가 실기(失機)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석유전문가는 “정부와 석유공사가 충유율을 90%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2년 전부터 준비했으나 유가가 계속 올라 기회를 놓쳤다”면서 “정부가 확충 여부를 고민 중이지만 유가가 너무 올라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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