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신호등’ 보면 알짜 中企보여요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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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통합구매팀 설진욱(薛晉旭) 부장은 거래처의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꿰고 있다. 재무상태는 물론 그 회사가 거래하는 다른 업체들의 평균 부실률과 예상 현금흐름, 원자재를 받는 거래처의 위험등급까지 알고 있다. 비결은 한국기업데이터(KED)의 ‘기업경영 진단 종합보고서’. 종전에는 신용평가회사들이 보내 주는 거래처의 신용등급만 참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70쪽이 넘는 보고서를 기초로 거래처를 평가한다. “지금은 200개 우량 거래처에만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지만 8월부터는 1000여 개 업체로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중소기업 금융지원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신용정보회사(CB)를 통한 ‘중소기업 옥석가리기’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면밀한 신용평가를 통해 지원 가능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 중소기업을 해부한다

현재 기업들의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신용조회 허가기관 기준)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정보 등 6개 사. 이 가운데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의 도구로 삼겠다고 밝힌 곳은 중소기업 전문 신용정보회사인 KED다.


작년 7월 정부의 중소기업 종합경쟁력 강화대책 때 처음 설립 의견이 나왔으며 신용보증기금과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올해 3월 발족했다.

KED는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개별 기업의 신용도 조사에는 △기업위험등급 △판매위험등급 △구매위험등급 △시장위험등급 등 4가지 보고서가 별도로 작성된다.

기업위험등급은 재무제표와 금융정보를 종합해 산출한 등급. 대표자의 부동산부터 회사의 현금흐름까지 감안해 평가한다.

판매위험등급은 기업의 판매처별 신용도와 거래 비중을 산출한 것. A사가 제품을 20여 업체에 납품한다면 거래 회사들의 신용도까지 일일이 평가한다. 판매처가 부실하면 A사도 연쇄 부실에 빠질 수 있기 때문. 대기업은 이를 참고로 A사의 잠재적 위험까지 알 수 있다. 특히 A사의 기존 판매처별로 ‘거래 신중’ ‘금융거래 불량’ 등의 의견이 붙기 때문에 대기업은 A사에 특정업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구매위험등급은 A사가 원자재를 사는 구매처의 신용도를 종합한 등급이다. 시장위험등급은 A사가 속한 산업 전체의 현황과 전망을 지수화한 것이다.

○ 비우량기업 솎아낸다

KED 활성화는 ‘양날의 칼’이다. 우량 중소기업에는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통해 활로를 터주지만 비우량기업에는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KED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300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작업을 하겠다는 것.

대기업들도 중소기업 평가 잣대로 KED 보고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두산그룹의 7개 계열사는 이미 KED 보고서를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핵심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도 이 보고서를 기초로 회원사를 관리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KED 보고서에서 일정 등급 이상인 중소기업에 신용대출을 해 준다.

KED 장유환(張惟煥) 경영지원본부장은 “신용보증기금에서 넘겨받은 60만 개가 넘는 기업의 정보를 갖고 있어 개별기업의 판매처나 구매처의 정보까지 보고서에 담을 수 있다”며 “연말까지 조사 기업을 100만 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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