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신용불량자 대책 3대 논란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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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3·23 신용불량자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은행이 부담을 떠안아 기초생활보장수급자(기초수급자)의 빚 원금을 사실상 탕감해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은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치(官治)금융’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원금 탕감 여부 △은행 등 금융회사의 높은 부담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의 부실 가능성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사실상 기초수급자의 빚을 탕감한 것 아닌가=재정경제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원금 탕감은 없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기초수급자들에 대해서는 각 금융회사의 채권을 모두 자산관리공사에 모은 뒤 이들이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날 때까지 빚 상환이 무기한 유예된다.

기초수급자들은 대부분 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이어서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원금을 탕감해줬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정부가 43%의 지분을 가진 자산관리공사는 금융회사의 채권(원금 3조6000억여 원)을 시장가격의 절반(원금의 2% 정도)에 사주기로 했기 때문에 72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반복적으로 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용불량자들 사이에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채권추심회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채권 회수율이 20% 정도는 떨어진다”며 “막무가내로 원금 50%를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은행 등 금융권 2750억 원 부담 예상=신용불량자 대책에 따른 은행 등 금융회사의 예상 손실액은 △기초수급자 지원에 따른 손실 720억 원 △영세자영업자 신규 대출에 따른 손실 1530억 원 △2차 배드뱅크 400억∼500억 원 등 총 27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우선 기초수급자의 부실 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넘기면서 72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기초수급자의 채권 3조6000억여 원을 일반 채권추심기관에 팔면 원금의 4%까지 받을 수 있지만 자산관리공사에 절반(2%)으로 매각하는 데 따른 손실이다.

또 각 은행의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자활자금 대출액은 약 3060억 원으로 예상된다. 카드회사의 대환대출 회수율이 절반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약 1530억 원은 회수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반 신용불량자 100만 명의 총채무액 1조 원을 자산관리공사에 절반 가격인 원금의 4∼5%에 매각함에 따라 400억∼5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관치금융 논란=은행들은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회수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떨떠름해 하고 있다.

상환 능력이 없는 신용불량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은 반(反)시장적인 조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재경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자율적인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대책 발표 닷새 전인 18일 재경부가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을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조흥 등 5개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농협 등이 21일까지 지원방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또다시 은행들의 팔목을 비틀어 신용불량자 구제에 동원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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