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기업은 놀지 않았다

  • 입력 2005년 3월 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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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중동의 카타르 가스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44척을 전량 수주했다. 1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의 미국 하버드대 특강에는 1000여 명의 대학원생들이 반도체 성공의 비결을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삼성의 반도체 성공을 전공필수인 ‘경영전략’ 과목의 연구사례로 채택했다. 정치가 소모적인 편 가르기와 이념논쟁으로 허송세월하는 중에도 기업들은 치열하게 혁신하고 세계 속을 파고들었음을 웅변하는 낭보다.

LNG선은 척당 건조비 2억5000만 달러에 마진율 15%의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세계에서 발주되는 LNG선의 90% 이상을 한국 업체들이 수주하고 있다. 전체 선박 수주 비율도 한국이 40%로 1999년 이후 세계 1위다. 이런 결과는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경쟁국들보다 몇 배의 노력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모델을 기민하게 제작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땀의 결정(結晶)이다.

황 사장의 특강을 들으러 간 ‘미국의 두뇌’들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강연 때보다도 많았다. “삼성의 성공은 아시아의 자랑”이라는 말까지 청중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처럼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받는 대접은 어떤가. 여전히 정부에는 규제와 간섭의 대상이고, 일부 시민단체들로부터는 규탄의 공적(公敵) 취급을 받는다. 기업은 탐욕스러운 반(反)사회적 존재여서 제재하고 억눌러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반기업 정서의 해악(害惡)을 인정하고 “기업으로부터 배우자”고 나섰지만 잃어버린 세월의 대가가 너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기업이 애국자”라고 했지만 더 일찍 이런 말이 나왔어야 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기업들이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바꾸어줘야 한다. 기업이 뛰어야 나라가 산다. 삼성전자처럼 세계의 존경을 받는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대한민국이 우뚝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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