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 24시/민속주 업체 ㈜마니산 술도가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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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을 입에 대면 그윽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져 오래 남고, 마실 때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며, 취하도록 마셔도 뒤끝이 깨끗해야 좋은 술이지요.”

1990년 국세청이 인천을 대표하는 전통 민속주로 지정한 ‘칠선주’(七仙酒)를 만드는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마니산 술도가(www.chilsunjoo.com)의 이종희 사장(63)은 ‘옹고집’으로 통한다.

1980년 칠선주 제조 특허를 내 민속주 기능보유자가 된 뒤 20년 넘게 옛 방식과 맛을 그대로 살린 술을 빚기 위해 전념하고 있기 때문.

96년에는 회사가 부도 나 한동안 문을 닫았으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재기한 그는 2003년부터 다시 이 술을 만들고 있다.

칠선주는 멥쌀과 찹쌀에 인삼 더덕 구기자 당귀 산수유 갈근 감초 등 7가지 한약재가 들어간다. 이 술을 즐겨 마시면 ‘병들지 않고 오래 살아 신선이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우리민족대회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 환영만찬 식탁에 오르기도 한 이 술의 역사는 200년이 넘는다고 이 사장은 설명한다.

‘규합총서’와 ‘양주방’ 등 옛 문헌들은 칠선주를 ‘1770년대부터 경기 인천지역에서 빚어 궁중에 진상했던 술’이라고 기록하고 있다는 것.

그후 이 술은 1907년 일제가 세수 확보를 위해 주세법을 공포하고 가정에서 술을 빚는 것을 전면 금지하면서 제조 비법의 맥이 사실상 끊겼으나 그가 문헌을 뒤져가며 고증을 받아 연구한 끝에 다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술이나 음식이나 맛있게 만드는 비결은 같습니다. 순수한 국산 재료를 사용해야 하며 발효시킬 때 얼마나 정성을 쏟는가에 따라 술맛이 달라집니다.”

재래식 제조법을 고수하기 때문에 쌀을 씻어 밥을 한 뒤 누룩과 버무리는 것부터 발효 및 여과, 포장 작업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해서 술 한 병이 탄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10일.

지난해 10만병 이상 팔린 이 술은 애주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인천은 물론 서울과 충남지역 등에서도 팔리고 있다.

하루에 2000여 병 정도만 만들어 지난해까지 음식점 등에서만 맛 볼 수 있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생산량과 판매망을 넓혀 할인점과 슈퍼마켓 등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또 일본과 미국 중국 베트남 등과 현재 수출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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