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화장품 코리아로…“한국 女心잡으면 아시아서도 히트”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18분


코멘트
“아시아 미(美)의 ‘실험대’ 한국시장을 잡아라.”

세계 단일 모델 전략을 고수하던 외국 화장품 업체들이 올해 들어 최지우(크리스티앙 디오르), 이미연(랑콤) 등 한국의 톱스타급 연예인들을 한국 또는 아시아의 모델로 잇따라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는 비오템이 가수 이효리를, 메이블린은 보아를, 아베다는 슈퍼모델 백윤애를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그러자 태평양 LG생활건강 등 토종기업들도 자사의 모델을 적극 활용해 수성(守城)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소피 마르소, 섀넌 도허티, 브래드 피트, 킴 베이신저 등 외국계 모델을 기용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트렌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시장만을 위한 모델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랑콤 본사 마크 듀블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대한 반응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개발한 화장품이 아시아권에서 히트상품이 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랑콤의 미백화장품 ‘블랑 엑스퍼트’ 라인이나 아베다의 헤어제품인 ‘데미지 레미디’ 등이 그 경우.

한국 소비자들이 외국인 모델보다는 한국 모델에 대한 동일시가 강한 것도 한 이유다. 여기다 한류 열풍도 한몫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최지우와 아시아 모델로 계약하면서 “한류 스타인 점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자 태평양 LG생활건강 등 국산 브랜드는 올해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가 1위를 고수하는, 세계적으로 드문 시장인 한국시장을 외국계 기업에 내줄 수는 없다는 것.

태평양은 서경배(徐慶培) 사장 주재로 최근 광고홍보 방안을 마련하면서 모델을 쓰지 않는 고가브랜드 ‘설화수’ ‘아모레퍼시픽’ 등의 경우 유명인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자연스레 입소문을 내는 방안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탤런트 김태희를 ‘오휘’의 모델로 채택하면서 매출이 10% 늘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광고비를 100억 원가량 늘린다는 계획.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