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미술은행’ 불황 미술시장에 단비?

  • 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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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술작품을 구입해 병원, 철도역사 등 공공기관에 빌려주는 미술은행 제도가 시행되면 공공장소나 관공서의 표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해 고속철도 동대구 역사에 설치한 김춘희씨의 작품 ‘빛, 그리고…’.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부가 미술작품을 구입해 병원, 철도역사 등 공공기관에 빌려주는 미술은행 제도가 시행되면 공공장소나 관공서의 표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해 고속철도 동대구 역사에 설치한 김춘희씨의 작품 ‘빛, 그리고…’.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문화관광부가 올해부터 ‘미술은행(Art Bank)’ 제도를 시행한다. 과연 이 제도가 미술시장을 살리는 계기가 될 지 미술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 미술은행이란?

정부 예산으로 미술 작품을 사서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대사관, 병원, 철도역사 등 공공건물에 전시하거나 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영국(British Council Collection), 프랑스(Fnac), 독일(IFA), 호주(Art Bank) 등에서 현재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문화부는 올해 예산 25억원에서 시작해 6년 안에 연간 30억원 안팎으로 예산을 늘려, 매년 200∼300점의 미술품을 구입할 예정이다. 대상 작가는 3년 이상의 작품 활동 경력, 개인전 1회 이상, 그룹전 4회 이상의 경력을 가진 40세 미만의 신진작가로 제한하며 공모제의 경우 공모 기준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개인전 경험이 있는 미술인으로 정했다. 구입 방법은 공모제(7월), 추천제(4월, 10월), 현장 구입(화랑미술제 등)을 병행키로 했다. 1년에 작가 1인당 2점으로 제한한다. 구입 액수도 1000만원이 넘는 작품 구입비율을 전체 구입액수의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 화랑미술제 기간 등 현장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비율도 15% 안팎으로 정했다.


2005∼2006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을 맡고 2007년 이후에는 재단법인 ‘한국미술진흥재단’(가칭)을 설립해 독자적으로 운영토록 할 방침이다. 문화부는 작품 구입과정에서의 투명성, 객관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작품추천위원회’, ‘작품구입심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 미술계 반응

매년 200여 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환영이다. 그러나 구체적 시행 방법을 둘러싸고는 이견이 있다. 우선 작품 구입대상을 신진작가로 제한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최병식 교수(경희대)는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은 대안공간 지원 등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으므로 미술은행 제도는 국민들의 전반적 문화 향유권 신장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정작 작품을 빌리거나 작품을 내걸 전시공간이 주체가 되어 작품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들이 외면할 작품을 정부가 구입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로작가의 작품은 되도록 제외하고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되 나이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 구입과정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는가도 관건. 특히 이에 대해선 작가와 화랑의 입장이 다르다.

한국미술협회 이영길 사무처장은 “15% 현장 구매는 화랑을 통해 구입하겠다는 것인데 이것도 작가들로부터 직접 구매토록 해야 한다”며 “학연 지연 등 미술계의 고질적 병폐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작품추천위원회, 구입심사위원회의 위원을 최종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위촉토록 하는 것도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화랑협회 김창수 총무이사(송하갤러리 대표)는 “작품 선정과 구입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시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화랑업계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화랑을 통한 시장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술은행 제도의 시행과 관련한 공청회가 18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작가, 화랑, 학계 인사들이 제기하는 이견들이 어떻게 조정되고 반영될 지 주목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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