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 패권 바뀐다]<上>한-중-일 ‘파란 불’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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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산업의 ‘지형(地形)’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온 미국의 ‘빅3’(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기업들의 퇴조 움직임이 뚜렷하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던 유럽 메이커들도 답보 상태에 있다. 반면 일본과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은 대규모 소비시장과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제2차 구조조정’으로까지 불리는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과 함께 갈수록 치열해지는 한중일 3국간 경쟁 구도를 두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막 오른 2차 구조조정=내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이다. 1990년대에는 몸집 불리기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다면 최근의 구조조정은 군살을 털어내는 과정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회사인 GM과 3위 업체인 포드는 내년 1분기(1∼3월) 생산량을 올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1%, 9.7% 줄일 것이라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GM은 특히 내년에 독일 공장에서만 1만 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포드는 영국에 있는 자회사인 재규어 공장 가운데 1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도 인력 감축 등에 나서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3분기(7∼9월) 순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나 줄어 2011년까지 총생산비를 20억 유로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계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원가 부담 때문. 근로자 임금 상승과 원자재 값 상승을 기술 개발과 신차(新車) 출시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저하는 부품업체들에 대한 납품가격 동결로 이어져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의 약진=일본과 한국, 중국 회사들은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무기로 2007년까지 생산량 기준으로 GM을 앞선다는 계획이다. 한국도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현지 생산을 확대해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기업들도 약진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최근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데 이어 영국의 MG로버를 사들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또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 생산회사인 완샹그룹은 미국 자동차 회사 한 곳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창안자동차는 해외 상장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판매 시장 지각 변동=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구조조정은 판매 시장에서부터 예견돼 왔다.

올해 1∼10월 미국 시장 내 누적 판매 대수는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852만100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 하락했다. 폴크스바겐 등 유럽 4개사의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5.4%에서 올해는 5.1%로 떨어졌다. 반면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판매량은 7.0%와 6.1% 증가했다.

GM은 차량 가격을 평균 5098달러(약 535만 원)씩 깎아 주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항구(李항九) 산업연구원(KIET) 자동차·조선팀장은 “중국은 2010년이면 현재의 미국에 버금가는 연간 14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일본과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 증가도 꾸준해 동북아가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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