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회장 출국금지]검찰 “더 덮어둘수 없는 상황”

  • 입력 2004년 11월 26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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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2002년 9월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 정치권 등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인수 직후부터 계속 제기돼 왔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인수 과정=대한생명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최순영(崔淳永) 당시 회장의 부실 경영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몰락했다. 금융감독원은 최 회장의 공금 횡령과 부실 계열사 지원 사실 등을 적발한 뒤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공적자금 3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정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002년 9월 대한생명을 한화그룹 컨소시엄(한화그룹, 일본 오릭스, 호주 매쿼리 은행)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자산 11조원의 한화그룹은 24조원짜리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재계 서열이 16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통상 만장일치제를 채택해 온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의결 관례를 깨고 표결을 강행해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또 한화그룹이 한화종금 등 금융계열사 부실로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고, 8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됐는데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해 인수자격 시비가 발생했다.

게다가 2001년 8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낸 대한생명의 인수가격이 1조6000여억원에 불과해 ‘헐값 매각’ 시비까지 빚어졌다.

▽로비 의혹=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로비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 사안은 2002∼2004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올해 10월 19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회 재정경제위의 국정감사에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산하 대한생명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주영(金柱永)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끌 만한 증언을 했다.

그는 “당시 소위 위원 4명 중 3명이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에 반대해 2002년 6월 18일 보고서를 올렸지만 열흘 뒤인 27일 위원회 전체회의에는 한화의 인수 가능성을 열어 놓은 보고서가 상정됐다”고 밝혔다.

또 김연배(金然培) 전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올 초 대선자금 수사 때 “대한생명 인수는 한화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사업이었고 당시 정관계 로비용으로 33억원 상당의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 구입을 지시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수사 전망=검찰이 김승연(金升淵)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점으로 볼 때 수사가 상당히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간부는 25일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 의혹을 더 이상 덮어 둘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극히 조심스럽게 말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발언은 상당한 정도의 ‘수사 성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간부는 “로비가 있었다면 누구에게 이뤄진 것으로 보느냐”란 질문에 “다 알 만한 상황 아니었겠느냐”고도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또 김 회장에 대한 신속한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대선자금 수사 때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하루 전 출국해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귀국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국민수·鞠敏秀)는 참여연대가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김 회장 등 한화그룹 임원들을 2002년 10월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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