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급상승 기업들 “어쩌나”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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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이에 대응할 만한 적절한 수단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환(換)위험 방어수단은 크게 △유로화 결제 비중 확대 △환변동보험 가입 △선물환(先物換) 이용 등으로 요약된다.

유로화 결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로 대(對)유럽 수출을 늘리는 방식이 선호된다. 하지만 대유럽 수출을 단기간에 늘리기도 어려울뿐더러 환율 상승기를 감안하면 기존 시장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기 어렵다는 게 기업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자동차의 경우 최근 대유럽 수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수출 단가가 낮고 경쟁이 치열해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유럽 수출 단가는 평균 1만1000달러선으로 미국의 1만2400달러보다 낮아 채산성이 높지 않다”며 “이는 유럽에 판매되는 차량이 대부분 소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쏘나타 이하 급의 실질적인 경쟁자가 일본 회사들뿐이지만 유럽에서는 현지 업체들이 중소형 승용차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현지 공략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도 취지는 좋지만 기업들이 선뜻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된다. 환변동보험은 원-달러 환율이 사전에 정한 수준보다 떨어지면 가입자가 그 차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상품이다. 반면 환율이 오르면 차액만큼을 수출보험공사에 내야 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와 수출 가격을 정한 시점과 실제 대금 결제 시점이 3∼6개월 걸리는 만큼 그 기간의 환율을 예측하기 어려워 보험 가입을 꺼리게 된다는 것.

의류 수출 회사인 마조인더스트리 김영수 사장은 “환율이 상승하면 보험료 외에 차액을 물어야 하고 그 기간에 원자재 구입 비용까지 오르게 돼 중소기업들이 선뜻 가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5일 현재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가입 기업은 833개사에 불과하다.

선물환 이용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회사 안에 환율과 관련한 전문인력과 외환시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채널을 구축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선물환을 이용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조흥은행 이한원 자금부 차장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선물환을 취급할 인력과 자금이 있으면 차라리 영업에 투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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