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다임러 “동맹관계서 경쟁자로”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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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자동차 지분 10.5%를 팔고 현대차와의 제휴관계를 정리한 것이 현대차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거리다.

현대차와 다임러는 2000년 6월 △다임러의 현대차 지분 10% 인수 △50 대 50 비율로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 △승용차 엔진 공동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를 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다임러가 12일 공동으로 다임러의 현대차 지분 매각과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 철회 등을 발표함에 따라 양사는 제휴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생존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제휴관계 정리 배경=양사가 제휴관계를 끝낸 직접적인 계기는 다임러가 투자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영 악화라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지분 37%를 인수한 다임러는 미쓰비시의 적자로 5억6000만유로의 손실을 봤고 다임러의 재무상태도 나빠져 다임러 경영진이 퇴진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 10.5%를 팔아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 계속 나왔다.

현대차와 다임러의 관계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10월 다임러베이징자동차 합작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

당시 다임러가 중국에서 현대차와 독점 합작계약을 한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생산하기 위한 별도의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합의하자 현대차가 강력 반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임러는 최근까지 중국에서 별도 법인 설립을 추진해 현대차와의 결별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 있었다.

다임러가 중국시장 위주로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에 베이징자동차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대차와의 제휴관계를 정리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에 미칠 영향=다임러가 현대차 지분을 시장에서 팔면 현대차의 경영권은 더욱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임러는 이미 현대차 주식 2290만8800주 전량을 해외주식예탁증서(GDR)로 바꿔 블록세일(여러 뭉치로 나눠 파는 형식)로 해외 기관투자가에게 팔기로 했다.

이럴 경우 다임러가 갖고 있던 지분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이외에 10% 이상의 지분을 갖는 주주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다임러가 갖고 있는 지분을 한 기관이 모두 사더라도 현대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우호 지분이 29%를 넘어 경영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임러와 현대차는 동맹자에서 경쟁자로 바뀐다.

양사는 앞으로도 승용차 엔진 개발과 자동차 부품 구매를 공동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다임러현대상용차에 대한 지분 50%를 인수한 뒤 다임러 엔진을 더 이상 공급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와 다임러의 기술협력 관계도 종전처럼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양증권 강상민(姜尙敏) 애널리스트는 “전략적 제휴 이후 현대차가 다임러와의 기술협력에서 특별히 얻은 것은 없지만 5∼10년 후 세계적인 회사와의 기술협력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다임러와의 협력 없이도 독자적인 상용차 엔진 개발 등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프로젝트별 협력 예상=이번의 제휴관계 재정리는 완전한 관계 청산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양사는 특정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이날 전략적 제휴관계를 정리하면서도 현대차-다임러-미쓰비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던 승용차 4기통 가솔린 엔진 개발은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

또 현대차가 다임러의 상용차 엔진을 공급받고 다임러의 관계회사를 통해 아토스와 베르나를 멕시코 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것도 협력의 필요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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