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오른 공공료 서민 가계 압박

  • 입력 2004년 5월 4일 18시 35분


코멘트
주부 한수정씨(33·서울 용산구 산천동)는 요즘 생활비가 부쩍 늘어났음을 실감한다. 남편인 7년차 직장인 박모씨(34)의 월급(상여금 제외)은 지난해 196만원에서 올해는 208만원으로 올랐지만 아파트관리비, 건강보험료, 교육비 등은 그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4월의 경우 건강보험료는 지난해 5만9690원에서 25.1% 오른 7만4720원이 빠져나갔고 아파트 일반관리비도 6만6940원에서 7만1290원으로 6.5% 올랐다. 5세 아들의 영어유치원비는 49만원에서 54만원으로, 경기 과천으로의 출퇴근에 드는 차량 유지비는 월 2만∼3만원 늘어났다.

한씨는 “월급 받아 관리비 통신요금 교육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가전제품이나 옷 등은 겁이 나서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크게 올랐다=정부는 4월 이후 소비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꺾였다고 밝혔지만 주부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높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주부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공요금 교육비 휘발유값 등 필수 경비가 특히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수도와 하수도요금은 요금 현실화 정책에 따라 올 들어 각각 평균 3.1%, 8.8% 올랐다. 또 도시가스(서울시 소매기준)는 5.2%, 고속도로 통행료는 4.5% 올랐다.

몇 년 새 급등한 건강보험료도 직장인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1∼2003년에 보험료가 54.6% 오른 데 이어 올해도 6.75% 올랐다. 임금 인상에 따라서도 오르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더 크다.

휘발유 가격도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수준을 오히려 웃돌고 있다. LG정유의 경우 지난해 5월초 ‘세후 공장도 가격’은 L당 1229원이었으나 3일 현재 1290원으로 5.0% 올랐다.

▽중산층, 소비할 여력이 없다=LG투자증권이 통계청의 ‘도시가계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몇 년간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가계의 ‘비(非)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질렀다. 2003년 도시가계 소득은 2000년보다 23.2% 늘었지만 세금 등 비소비지출은 25.8% 늘었다. 그나마 소비지출 가운데서도 교육비(25.4%) 교통통신비(25.5%) 등이 많이 올라 다른 소비를 할 여유가 없다는 것.

LG투자증권 박진 애널리스트는 “최근 소득증가율에 비해 세금 등 경직성 경비가 크게 늘어 일반 가정이 소비를 할 여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에는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요금이 주로 연초에 오르는 데다 중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도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

그러나 7월 이후에도 이미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과 유가 불안, 태풍 피해 등 여전히 물가 불안 요인이 있다. 직장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7월부터 지역가입자의 국민연금 보험료가 약 14.3% 오르고 서울 시내버스 요금도 소폭 오를 예정이어서 물가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