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근무’ 일자리 창출의 요술램프?

  • 입력 2004년 2월 6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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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근무제'가 일자리 만들기의 요술램프가 될 수 있을까.

정부 부처와 관변 연구소는 최근 4조 근무제 연구에 여념이 없다. 4조 근무제가 청년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6일 전경련 주최 신춘포럼에서 4조 근무제에 대한 기대를 표명, 정부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4조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는 업종이 생각보다 적고 경영진과 근로자 측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 요인이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견이 주류다.

우선 4조 근무제는 모든 업종에 적용될 수 없고 주로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는 장치산업이나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종에 적용될 수 있다. 4조 근무제 자체가 근로자를 3교대로 나누어 8시간씩 근무하면서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는 시스템에서 한 조를 더 만들어 근로자들이 쉴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늘렸다 줄였다 해야 하는 자동차, 전기, 전자 등의 업종이나 현재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4조 근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연구원 김동백 박사의 견해.

현재 4조 근무제를 운영중인 회사도 여성용품이나 기저귀를 생산하는 유한 킴벌리를 비롯해 포스코, 한국 타이어, 대림산업, 제일모직, 한솔제지 등 주로 장치산업의 성격이 짙은 철강, 석유화학, 제당, 제지 업종인 것도 이 때문.

업종이 4조 근무제와 부합하더라도 경영진은 당장 인건비가 20∼30%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4조 근무제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 정진화 박사는 "4조 근무제의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유한 킴벌리의 경우 종업원에 대한 교육과 노사화합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건비 상승분을 상쇄시켰다"며 "4조 근무제 자체가 생산성 향상을 무조건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 일하는 근로자만큼 숙련된 인력을 추가로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근로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4조 근무제는 항상 예비조가 있기 때문에 초과 근무가 사라진다. 아직도 휴식보다는 초과 근무수당을 원하는 근로자가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에서는 근로자들이 4조 근무제를 임금감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4조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건비 상승분을 상쇄하기 전까지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조 근무제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야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만 4조 근무제를 빠른 시일 내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

4조 근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은 이 제도의 성공 여부는 최고 경영자의 인식변화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송명식 유한킴벌리 군포공장 공장장(상무)는 "4조 근무제는 양(量)의 경영에서 질(質)의 경영으로 변화라는 인식의 변화가 수반돼야만 기업, 근로자, 사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며 "4조 근무제가 일자리 창출을 무조건 보장해주는 요술 램프는 아니다"고 충고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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