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감원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 수용

  • 입력 2003년 11월 24일 0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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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3시 금융감독원 노태식(盧泰植) 비은행감독국장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LG그룹에서 아직도 그렇게 완강하게 나온단 말입니까?” 노 국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LG카드 지원을 위한 채권단과 LG그룹측의 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노 국장이 김중회(金重會) 금감원 부원장의 집무실을 급히 찾는 횟수도 잦아졌다. 그 시간 사무실로 나오던 윤용로(尹庸老)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은 갑자기 어딘가로 행선지를 바꿨다.

오후 5시. 금감위와 금감원의 실무관계자들도 어디론가 모두 사라졌다. 뉴스 속보에는 ‘협상 결렬 가능성’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후 7시. 본보 기자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자택에 머물고 있던 이정재(李晶載) 금감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채권단이 (해결방법을) 찾고 있으니 좀 기다려봅시다.” 이 위원장은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아직 확신은 없어 보였다.

오후 8시. 금감원 실무국장이 채권은행 관계자를 일일이 불러 LG카드 자금지원에 대한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10시반 8개 채권은행이 위임장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제출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LG카드 지원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LG카드발 금융위기’를 우려해 채권단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 한 은행장은 “시대가 어떤 시절인데 기분 나빠서 얘기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LG카드 사태가 금융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LG카드를 포함한 LG그룹과 채권은행단, 정부당국은 주말인 22일과 23일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24일 오전 10시로 다가온 채권단의 최종결정시한을 앞두고 23일 오후까지도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자 ‘카드대란’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당황한 LG카드 이종석(李鍾奭) 사장 및 지동현(池東炫) 부사장은 그룹, 채권단, 정부당국을 뛰어다니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른 모든 임원 및 관련 부서 직원들도 22일과 23일 출근해 비상 대기했다. LG그룹은 ㈜LG 재무팀장인 조석제(趙碩濟) 부사장 등이 나와 채권단과 지원방안에 대한 조건을 조율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도 기업금융고객본부 이종휘(李鍾輝) 부행장을 비롯해 관련 임직원이 모두 나와 부산하게 움직였다.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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