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5명중 1명 "하향취업"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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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5)는 최근 TV홈쇼핑 업체 판매원으로 취업했다.

가족들은 번듯한 직장을 찾기를 권했지만 지원서를 낼 때마다 맛보는 좌절감이 끔찍해 ‘눈높이’를 낮춘 것. 그러나 항상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김씨처럼 자신의 교육 정도에 비해 지금의 일자리 수준이 낮다고 여기는 근로자가 전체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취업자 5840명을 대상으로 하향취업 실태를 분석해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58명(19.8%)이 ‘현재의 일자리에 비해 자신이 과잉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비율은 60세 이상이 17.9%, 50대가 18.3%, 30대 19.5%, 40대 19.6%에 머문 반면 30세 미만은 22.9%에 달해 연령이 낮을수록 하향취업 추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김기헌(金琪憲) 연구원은 “대규모 신규 채용을 하던 기업들의 고용패턴이 외환위기 이후 경력직 수시모집으로 바뀌면서 젊은 층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하향취업자 비율은 학력별로는 전문대 졸업자가 25%로 가장 높았고 직업별로는 판매 서비스직과 기능직 생산직 단순노무직이 각각 24%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일용직 임시직의 하향취업자 비율은 각각 35%, 32%로 상용직(18%)에 비해 훨씬 높았다.하향취업자의 경우 교육 수준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답한 ‘적합 취업자’에 비해 임금 안정성 근로시간 발전가능성 복지후생 등 모든 측면에서 직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김 연구원은 “노동시장 수요 공급이 양(量)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質)적 측면에서도 불일치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궁극적으로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맞춤식 교육’으로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는 노동력을 배출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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