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예고]강남 재건축-고가아파트 '직격탄'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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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도입 등 강력한 부동산 후속 대책이 예고된 뒤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 강남지역(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수자들이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관망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심지어 계약했던 것을 파기하는 곳도 나올 정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절적인 비수기로 접어드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강남지역 및 분당은 추락 시작=“이제 매물은 있는데 살 사람이 없습니다.”

강남지역에선 재건축 단지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매물을 찾기 힘들었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바로 옆에 위치한 대림 아크로빌의 경우 하루에 매물이 20여건이 쏟아져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다만 그동안 매물로 나오지 않았던 타워팰리스 101평형이 매물로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변의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남구 개포 주공과 송파구 가락 시영은 9월 말 시세에서 단지 및 평형별로 3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진 호가로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은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시세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호가가 10월 초에 비해 최고 6000만∼7000만원가량 떨어졌다.

강동구 둔촌 주공의 경우 9·5대책 전보다 시세가 더 떨어졌다. 인근 태양공인 권정연 대표는 “매수세가 사라져 시세 형성이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1000만∼2000만원 떨어진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9·5재건축 대책의 어부지리를 얻었던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에서도 조정세가 완연하다. 분당구 이매동 삼성아파트 32평형의 호가는 최근 이틀 사이에 3000만원가량 밀려 평균 4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야탑동 장미현대의 경우 10월 초 시세에서 2000만원가량 호가를 낮춘 매물이 늘고 있다. 야탑역 인근의 진덕 건영 쌍용 벽산아파트 등은 평형에 따라 2000만∼3000만원가량 호가가 떨어졌다.

▽서울 기타 지역 오름세 주춤=토지공개념 제도 도입 검토설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드문 상황이다.

광진구 광장동 일대의 경우 최근 호가 상승세가 멈춘 가운데 매수세만 급격히 줄어들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기존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 인근 삼성공인 김성일 대표는 “매수 문의가 뚝 끊겨 당분간 거래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향후 소폭의 하락세를 점쳤다.

용산구 이촌동 일대의 경우 기존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는 거래 실종 상태로 호가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이촌동 로얄, 리버뷰, 현대 등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된 단지들에 대해서는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매매가는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악 강서 마포 성동구의 경우 매물이 드물고 매수 입질도 없는 거래 정적 상태가 완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외곽지역 관망 속 약보합=시장 분위기가 서울 강남권과 서울 기타 지역의 중간쯤이다. 경기 용인시 성복동 일대 단지들은 호가가 내리지 않았으나 매물이 조금씩 늘고 있다. 성복동 114공인의 구진회 실장은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바람에 8, 9월에는 한 달에 2, 3건 거래를 중개했는데 요즘은 아예 실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포시 풍무동 단지들의 경우 5월 신도시 지정 발표 직후 평균 1000만∼2000만원가량 오른 시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나 거래는 한산한 편. 장기동 사우동 등 신도시 재료로 최고 1억원 가까이 오른 지역에서는 최근 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사우동 현대청송 32평형의 호가는 2억3000만∼2억4000만원으로 두 달가량 유지돼온 수준이다.

파주 교하지구의 경우 6월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급매물이 빠진 뒤 거래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남서부 지역은 북서부 지역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20% 남짓 급등한 광명시에서는 매수 문의가 사라진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1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철산주공1단지 17평형은 지난주까지 3억30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 3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인근 하안 주공에서도 단지별로 500만원가량 떨어진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수원 지역도 그 동안 가격 상승 폭이 컸던 단지별로 400만∼500만원가량 호가가 떨어진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포=이철용기자 lcy@donga.com

수원=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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