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이버 카드깡' 대대적 단속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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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 업자인 A씨는 얼마 전까지 신용카드사에 직접 가맹점 등록을 하고 카드깡을 해왔다. 물론 허위 가맹점이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이 갈수록 심해지자 최근 이를 접었다.

그대신 눈을 돌린 곳은 전자결제대행(PG·Payment Gate)업체. A씨는 가짜 인터넷 쇼핑몰을 만든 뒤 PG업체와 신용카드 결제대행계약을 했다.

PG업체들이 직접 신용카드사에 거래승인을 받고 돈을 받기 때문에 A씨는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PG업체들도 거래금액의 3.5∼5%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짭짤한’ 장사다. 설령 A씨가 카드 결제대금을 내지 않더라도 피해는 카드사에 고스란히 돌아가니 손해 볼 일도 없다.

지난해 3월 여신전문업법에 의해 ‘온라인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허가된 800여개 PG업체들이 사이버 카드깡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PG업체들의 결제대행 금액은 올 들어 10조원 규모로 불어났으며 이 가운데 상당액이 사이버 카드깡이라고 금융감독 당국은 보고 있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비(非)제도금융팀장은 “PG업체의 70∼80%는 카드깡인 줄 알면서도 결제대행을 해주고 있다”며 “이들이 ‘사이버 지하경제’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그동안 감독의 사각지대였던 PG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내년부터 PG업체의 금융감독위원회 등록을 의무화한다. 일반 금융기관처럼 감독을 상시화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앞서 신용카드사에 PG업체들의 카드연체율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카드연체율이 높은 PG업체들이 ‘사이버 카드깡’을 도와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PG업체들을 통해 카드깡을 한 중소 인터넷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업체를 각 신용카드사에 통보해 앞으로 신용카드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조 팀장은 “PG업체는 당초 중소 인터넷 쇼핑몰의 결제대행을 위해 허가되었지만 최근 유흥주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의 결제대행까지 도우면서 신용카드사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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