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채비율 101.3%' 속뜻은?

  • 입력 2003년 7월 1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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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以心傳心)인가, 탐색을 위한 숨고르기인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그룹 사이에 부채비율을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삼성이 6월 3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2년 부채비율(비금융 계열사 기준)은 101.3%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부채비율 100% 미만인 기업은 출자총액제한에서 ‘자동 졸업’토록 돼 있다. 계열사 확장이나 신규투자에 제한이 없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불과 1.3%포인트 차이로 출자총액제한 대상에 잔류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삼성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채비율을 1.3%포인트 조정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특히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에 대해서도 출자총액제한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어 그간 삼성만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 당국자는 “삼성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공정위가 출자총액제도를 바꿔도 삼성을 타깃으로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이번 부채비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공정위로서는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삼성도 이번 부채비율에 별다른 불만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출자총액제한에서 제외되는 게 반드시 좋다고 할 수는 없다”며 “공정위와 껄끄러운 관계를 갖는 것은 삼성으로서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를 주장해 온 삼성이 정작 자사(自社)와 직접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재무구조에 자신이 있는 삼성이 당장 출자총액제한 졸업을 강행하기보다는 정부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규제 완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고차원 전술’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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