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무기력·SK㈜버티기…글로벌 처리 내주가 고비

  • 입력 2003년 5월 30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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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최태원(崔泰源)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이 2주 후로 연기되면서 SK글로벌 채권단과 SK㈜ 사이의 ‘대(大)타협’ 가능성이 더 희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채권단과 SK㈜ 이사회, ‘조정력’을 잃은 SK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이의 불편한 삼각관계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K그룹의 조정력 상실=SK그룹의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SK㈜ 이사회 등 계열사들의 협조를 얻어내 채권단과 타협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했다”며 “재판부가 30일로 예정됐던 선고공판을 늦춤에 따라 이 같은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SK글로벌을 지원하면 SK㈜ 이사회에 대해 배임혐의를 묻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소버린자산운용 및 소액주주들의 압박에 SK㈜ 이사회가 굴복한 형국”이라며 “SK㈜에 대한 그룹(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의 통제력은 거의 상실됐으며 이제 남은 가능성은 오너인 최 회장의 영향력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SK㈜의 행보는 이미 상당부분 계열분리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정도.

한편 SK그룹측이 재협상을 요청함에 따라 채권단과 SK그룹 핵심관계자들은 29일 오후 회동을 가졌으나 SK그룹측은 SK㈜ 이사회의 완강한 분위기를 전하며 국내 4500억원, 해외 4500억원 등 매출채권 9000억원 출자전환 방안을 되풀이해 채권단을 실망시켰다.

채권단은 이번 주말 냉각기를 거쳐 다음주 초 SK그룹이 국내 매출채권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린 자구안을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주 중후반에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한다는 방침이다.

▽SK㈜의 버티기=최근에는 채권단과 SK㈜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SK㈜가 잇따라 판정승을 거둠에 따라 SK글로벌 문제를 둘러싼 역학관계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채권단은 최근 SK㈜를 압박하기 위해 신용도 하락을 이유로 원유수입에 쓰이는 SK㈜의 유전스(usance·기한부어음) 규모를 크게 줄였다가 “은행들의 비협조로 원유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산업자원부에 항의한 SK㈜의 기세에 밀려 원유수입에 필요한 여신은 계속 공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또 28일엔 채권단이 SK㈜에 석유제품 판매대금 지급을 중지했다가 SK㈜가 석유공급 중단으로 반격하자 하루 만에 후퇴해 대금을 입금하기도 했다.

한편 하나은행을 통해 SK글로벌의 기업어음(CP)을 구입한 개인투자자 300여명의 모임인 ‘하나은행 SK글로벌 CP 피해자대책위원회’는 30일 SK그룹 본사를 방문해 “하나은행과 SK그룹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SK글로벌의 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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