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채권 투자자에 인기…高금리만큼 위험 크다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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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가 없는 신종 채권인 하이브리드채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투자자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외환은행이 16일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은 판매 3시간 만에 목표액 1000억원을 채웠다.

외환은행은 내친 김에 6월에 2차분 1500억원어치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바꿔 고객 요청에 따라 1500억원 한도 안에서 추가 판매 중이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국민 조흥 하나 등 다른 은행들도 빠르면 이달 중 수천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잘 팔리는 이유=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하이브리드채권은 3개월마다 연리 8.5%의 확정이자를 지급한다.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4.7%)는 물론 후순위채권 금리(연 5.8%)보다 금리가 높다. 1억원을 투자하면 연 16.5%인 세금(이자소득세+주민세)을 공제하고 3개월마다 177만438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이 내놓을 예정인 하이브리드채권 금리도 6%대로 같은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연 4.4%)이나 후순위채권(연 4.9%)보다 금리가 높다.

▽불리한 점도 많다=첫째, 예금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변제 순위가 채권 중 가장 뒤처진다. 발행사가 파산하거나 회사정리 및 화의 절차에 들어가는 경우 원리금을 돌려받기 힘들다.

둘째, 발행 은행이 부실해져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적기 시정조치를 받으면 일정 기간 이자를 받을 수 없다. 또 배당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자 지급도 안 된다. 은행은 해당 사유가 해소된 뒤에도 이자를 소급해 주지 않는다.

셋째, 은행은 만기를 90년, 120년 등으로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자칫 투자자가 생전에 원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은행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빚을 미리 갚을 수도 있다. 반면 채권자는 만기 이전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없다.

▽투자 유의점=요컨대 이자는 많지만 안전성, 환금성, 수익의 연속성 등은 좋지 않다. 채권이라기보다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나눠 갖춘 혼성(hybrid) 상품이다. 발행 은행에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채권발행대금은 고스란히 사업 밑천(자본금)으로 간주된다.

금융감독원 장현기 경영지도팀장은 “은행이 부실해지지만 않는다면 현재로선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라며 “통상의 채권 상품과 내용이 크게 다르므로 투자자는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드웹 유혜진 리서치팀 부장은 “사실상 만기가 없고 시중금리나 물가가 오를 경우 고금리 매력이 떨어지는 등 위험 요인이 커 목돈 여유가 있는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면서 고금리에 끌린 ‘묻지마’ 투자를 경계했다.

하이브리드채권과 주식 및 채권의 성격 비교
구분주식하이브리드채권회사채
수익률 또는
만기 금리
투자 성과에 따라 다름외환은행 5월 발행분
연 8.5%
외환은행이 3월에 발행한 5년 만기 채권 연 5.8%
수익 원천매매차익+배당금이자이자
이자 또는
배당 지급
이자 없고 배당은 이사회에서 지급 여부 결정회사가 부실해지거나 배당이 지급되지 않으면 이자도 지급 안 됨 보통 3개월 간격으로 이자 지급
환금성상장 및 등록 주식은 언제든지 현금화 가능 상장될 예정이나 주식만큼 활발히 거래되지는 않을 전망주식이나 하이브리드채권에 비해 환금성 낮음
만기없음30년 이상이며 발행사
임의로 만기 연장 가능
일반적으로 3“7년
변제 순위가장 늦음주식 바로 앞 순위세금, 퇴직금채권 다음 순위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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