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약발' 적고 부작용만

  • 입력 2003년 5월 14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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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숨 가쁘게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당초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는 역(逆)효과마저 염려하고 있다. 실제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된 지역은 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떴다방)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정부 대책이 집중된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은 이번 주 들어 가격이 더 오르는 기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신(新)투기지역 만드는 투기과열지구=정부가 8일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를 대폭 강화하자 여기에서 제외되는 주상복합아파트와 비(非)투기과열지구 주택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분양하는 주상복합인 ‘트라팰리스’의 경우 청약 첫날인 14일 오전에만 2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일부는 모델하우스 밖 30m까지 줄을 섰다.

21일 청약을 받는 경기 양주군 ‘LG자이’ 모델하우스도 마찬가지. 지난 주말에만 4000여 통의 문의전화가 폭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하우스 개장 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떴다방 50여명이 진을 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경기 동두천시 송내택지지구에 분양하는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도 하루에 5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분양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한 사업장이었지만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가 발표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털어놨다.

투기과열지구라도 전매제한 대상에서 제외되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 주민들이 갖고 있는 ‘조합원 분양권’도 시중 자금의 도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주공1차 33평형 조합원 분양권은 무려 7억2000만원에 이른다. 도곡동 P공인 관계자는 “최근 일반분양 아파트가 공급되자 분양권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는 조합원 분양권을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며 “정부 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가 됐다”고 귀띔했다.

▽강남권 비켜간 ‘신도시 처방’=9일 구체적 계획이 발표된 김포·파주 신도시 건설도 과열된 주택시장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당초 신도시가 서울 강남권 주택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지만 단기적인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구와 강동구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42% 올랐다. 서울 평균(0.34%)보다 높을 뿐 아니라 5월 첫째 주 변동률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일주일 새 1000만원 이상 호가(呼價)가 뛰었다. 인근 역삼동 개나리아파트 30평형도 2000만원 오른 8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송파구도 마찬가지. 잠실주공 2단지 13평형이 4억1000만∼4억1500만원으로 이번 주 들어서만 3000만원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도시 2곳이 서울 강북과 강서권에 치중돼 강남권 주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했다.

▽‘떴다방 농간’ 주의해야=반면 일부에서는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시중 돈 흐름을 좇다 보면 자칫 떴다방 등 투기세력의 농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의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경기 북부 지역만 해도 교통시설 등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장기적인 집값 상승을 바라기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안전진단 강화와 양도소득세 인상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가격이 크게 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주거환경과 프리미엄은 장기적으로는 일치하기 마련”이라며 “투기세력이 휩쓸고 간 경기 남양주시 등이 최근 들어서는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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