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책' 효과 있을까?]카드채 불안 일시적 완화 그칠듯

  • 입력 2003년 4월 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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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들이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 증자(增資)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모두 4조5500억원의 자본을 늘린다. 이 가운데 2조1000억원은 6월말 이전에, 나머지는 하반기(7∼12월)에 증자 또는 후순위채 발행이 마무리된다.

정부는 3일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확정했다.

카드사별 증자규모는 △국민 1조500억원 △LG 1조원 △삼성 1조원 △현대 4600억원 △우리 4000억원 △외환 2400억원 △신한 2000억원 △롯데 2000억원 등이다.

▽브리지론으로 카드채 매입〓대책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 등이 보유한 카드채는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만기가 늦춰진다. 또 투신사가 보유한 카드채 가운데 절반은 신용카드사가 자체 자금으로 갚고 나머지 절반은 투신사가 만기를 연장한다.

투신사의 카드채 환매자금 지원을 위해 은행 증권 보험사가 공동으로 5조원 규모의 ‘브리지론(Bridge Loan)’을 조성, 4∼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투신권 보유 카드채 10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을 이르면 이 달 안에 사들인다. 브리지론은 충분한 자금을 모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정부 대책의 의미와 기대 효과〓정부는 신용카드사의 수익성 개선은 3월17일 이미 발표한 대책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단기 자금을 지원하고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신용카드사 부실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3월 들어 신용카드의 신규 연체액의 증가폭이 줄어들고 연체상환율이 올라가고 있어 4∼5월을 정점으로 하반기(7∼12월)에는 연체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용카드사들이 자기자본 5조원, 대손충당금 5조1000억원, 증자 4조6000억원 등 14조7000억원의 내부유보자금을 갖고 있어 연체율 상승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안정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 신용카드사의 경영수지가 2조원 가량 개선돼 하반기에는 모두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평가〓김도수(金度洙) SK투신운용 리서치팀장은 “이번 대책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카드채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펀드들이 카드채를 편입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1.0∼1.5%포인트 가량의 금리 격차가 있다”면서 “이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한 환매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태(韓丁太)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카드채가 안정될지 여부는 신용카드사의 연체율이 낮아질지 여부에 달려있다”면서 “연체율이 낮아지지 않으면 대주주 증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 증자 논란〓증자 대상에 오른 대주주 상장사들은 대체로 떨떠름한 표정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으로 비쳐져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증자에 대한 찬반논란도 나오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카드사 부실은 경영의 실패이고 한국은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은 만큼 당연히 대주주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대주주 증자 참여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주식회사가 출자한 금액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이를 근거로 추가 출자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맞선다.

주요 카드사와 대주주 (단위:%)
삼성카드LG카드국민카드외환카드현대카드
△삼성전자(51.7) 56.5
△삼성전기(22.0) 22.3
△삼성물산(21.4) 9.4
LG투자증권
(7.1) 8.3
국민은행
(66.9) 74.3
외환은행
(45) 33.4
현대차
(44.3) 24
(퍼스트 CRV를 통해)
지분은 2002년 9월 말 현재. 괄호 안은 해당 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자료:굿모닝신한증권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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