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현장에서]세계 일류브랜드 반열에 오르려면…

  • 입력 2003년 3월 26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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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13일 국내 자동차회사로서는 처음으로 별도의 최고급차 브랜드 ‘오피러스’를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이미 1980년대부터 렉서스(도요타), 어큐라(혼다) 등 독립 고급차 브랜드를 만든 점을 고려할 때 20년 정도 늦은 셈이다.

오피러스에는 ‘기아(KIA)’라는 브랜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존 기아차 디자인의 아기자기함이나 심플함도 사라졌다. 그 대신 유럽차의 굵은 선과 풍만한 볼륨감이 차를 감쌌다.

오피러스 고객만을 위한 전용 콜 센터와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기아차는 “오피러스가 우리의 플래그십(Flagship·선도제품)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오피러스라는 이름의 다른 차종 개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일이 일본의 도요타에서도 있었다.

도요타 렉서스의 프로젝트 이름이 바로 ‘F1(Flagship No.1)’이었다. 1984년 시작된 F1을 위해 도요타는 자동차 디자이너 60여명, 연구원 1400여명, 기술자 2300여명을 투입하고 24개의 전담개발팀을 신설했다. 첫 차인 LS400이 나오기까지 5년 반이 걸렸다.

도요타가 렉서스 발표를 위해 이처럼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뭘까? 도요타는 당시 혼다, 포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일류 시장에서 캐딜락, 링컨, 벤츠, BMW와 경쟁하려고 했던 것이다. 품질 업그레이드가 끝나자 도요타는 렉서스만을 위한 별도의 판매망과 정비망을 갖추기 시작했다. 렉서스를 도요타 차인지 모르는 미국인이 여전히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가 진정 오피러스를 독립 브랜드로 키우려고 한다면 ‘반짝쇼’가 되어선 안 된다. 먼저 기아차 직원들 스스로가 오피러스를 독립 브랜드로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혀 차원이 다른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직원들의 각오가 없다면 오피러스는 그저 그런 고급차가 될 것이다. 오피러스가 기존 기아차의 판매망과 정비망을 사용하는 점도 독립 브랜드로서 부담이다. 그렇다고 단 하나의 모델을 팔기 위해 따로 망을 구성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피러스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현대 그랜저XG, 에쿠스 정도가 아니라 렉서스 ES300, 벤츠 E클래스와 경쟁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최호원 경제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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