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멋]부드러운 칵테일 '봄밤의 유혹'

  • 입력 2003년 3월 10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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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 아이스티
마티니 아이스티
‘화이트데이’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연례 행사처럼 돌아오는 ‘연인(戀人)들의 명절’. 사탕과 초콜릿 같은 획일적인 선물에 실증을 느낀 사람이라면 손수 만든 칵테일 한 잔을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저녁 식사 후 여러 잔씩 마셔도 크게 취하지 않는 ‘애프터 디너 드링크’가 인기다.

맥주나 위스키와는 달리 알코올 도수가 낮은 ‘반(半)알코올, 반(半)음료’여서 술에 약한 여성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 제조법을 소개한다.

▽스트로베리 샴페인〓딸기와 샴페인이 주 재료여서 달착지근하다. 알코올 기운을 거의 느낄 수 없어 술이라기보다는 음료에 가깝다. 제조법도 간단하다. 먼저 차가운 생딸기를 즙이 될 때까지 믹서에 넣고 간다. 잔의 3분의 1만큼 딸기즙을 넣은 뒤 나머지를 차가운 샴페인으로 채우면 된다. 일반적으로 칵테일은 다른 술이나 음료와 섞어 먹지 않으므로 과일과 함께 간 칵테일을 맛보기 어렵다. 샴페인과 딸기의 양은 원하는 만큼 조절하면 된다.

모히토

▽모히토〓투명하고 짤막한 잔의 3분의 1만큼 탄산수를 넣은 뒤 싱싱한 민트 잎과 설탕을 넣고 나무로 만든 작은 절구 방망이로 민트 잎을 잘게 이긴다. 여기에 사탕수수가 주원료인 럼을 붓고 레몬 조각, 얼음으로 잔을 채운다.

정통식은 아니지만 만들기 쉽게 절차와 재료를 간소화한 ‘약식 모히토’도 있다. 컵에 럼과 과일음료인 라임주스를 2 대 1 비율로 넣고 원하는 만큼 사이다를 넣은 뒤 민트 잎사귀와 얼음조각, 설탕을 넣으면 된다.

▽따뜻한 칵테일 글뤼바인〓글뤼바인은 레드와인과 럼을 섞어 데운 따뜻한 칵테일. 겨울이 몹시 추운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지역에서 와인이 치료약으로 쓰였던 것에서 유래한 일종의 민속주인 셈. 특히 글뤼바인은 장기(臟器)와 혀를 따뜻하게 데워 줘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8인분용의 ‘글뤼바인’에는 레드 와인 1병이 필요하다. 큰 주전자에 레드와인 한 병과 럼 180mL(작은 우유팩 한 개 분량), 물 510mL를 넣고 약 80도(끓는 물 수면에 보글보글한 기포가 맺히는 정도)로 끓인다. 불을 끈 뒤 계피 조각, 클로브(계피향이 나는 식물성 향료) 조각, 레몬 껍질 등을 원두커피를 우려낼 때 쓰는 드레이너 종이에 싸서 2∼3분 정도 담가낸 뒤 꺼낸다. 클로브는 생략해도 좋다.

▽핫 레모네이드와 카페 로열〓친숙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핫 레모네이드는 높고 투명한 컵에 브랜디 또는 럼 30mL, 레몬즙 15mL, 설탕 한 티스푼을 넣은 뒤 뜨거운 물로 잔을 채워 저어 마신다. 술 대신 레몬즙과 설탕 또는 시럽의 비율을 높이면 어린이용으로도 적당하다.

핫 레모네이드

카페 로열은 커피향 칵테일. 제조가 쉬워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손잡이가 있는 컵에 버번 또는 브랜디 30mL, 설탕 한 티스푼을 넣고 뜨거운 커피 한 티스푼을 넣으면 된다. 휘핑 크림을 얹으면 부드러운 맛을 더할 수 있다. 식사 후 소화 촉진에 도움이 된다.

▽마티니 아이스티〓과일향이 나는 칵테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술이다. 얼음을 가득 담은 높은 컵에 캐러멜색으로 달콤한 맛이 나는 ‘마티니로소’ 또는 ‘마티니비앙코’와 탄산음료의 일종인 진저 에일을 1 대 1 비율로 넣고 레몬을 곁들인다. 마티니로소나 마티니비앙코는 주류 전문점에서 완제품으로 구할 수 있다. 마티니는 보드카가 기본 주종인 경우가 많지만 마티니로소와 마티니비앙코는 쑥, 박하 등을 첨가해 향을 낸 화이트와인 ‘버무스’가 기본 주종이다. 이탈리아 음식이나 한식을 먹은 뒤 잘 어울린다.

▽봄베이 토닉〓허브 성분이 들어있는 드라이진 ‘봄베이 사파이’를 사용한다는 점만 특이할 뿐 기본 제조방법은 ‘진 앤드 토닉’ 칵테일을 만드는 것과 같다. 얼음이 담긴 잔에 진 30mL, 토닉 워터 90mL, 레몬즙을 넣고 젓는다. 기름지거나 짠 음식을 먹은 후 좋다.

▽샹그리아〓사과 복숭아 포도 등 과일을 살짝 얼려 레드 와인에 빠뜨린 것으로 언 과일이 녹으면서 은근한 향이 우러나온다. 계절에 맞는 과일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제조가 간편하다. 과일 대신 칵테일용 향신료를 넣을 수 있다. 칵테일용 향신료는 서울 남대문시장 수입상가 및 대형 백화점 슈퍼마켓, 전문 요리재료 쇼핑몰 ‘아이요리(iyori.co.kr)’ ‘얌(yum.co.kr)’ 등에서 구할 수 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다양한 칵테일 만들기▼

28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쇼쇼쇼’에서는 1977년 가난한 도시 청년들이 칵테일 제조기술을 익히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경쾌하게 그려진다.

이들은 당시 중앙일보가 운영했던 TV방송국 동양방송(TBC)의 최장수 인기프로그램인 ‘쇼쇼쇼’에 출연해 몰락한 자신들의 술집을 다시 일으키고 싶어한다.

1970년대나 지금이나 칵테일은 여전히 이국적 문화의 상징이자 젊은이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템임에 변함이 없다.

최근엔 웬만한 칵테일 이름 한두 개 모르는 젊은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처럼 칵테일이 보통 사람들의 음주 문화에도 깊이 스며든 만큼 집에서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보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려면 일단 브랜디, 위스키, 럼 또는 맥주나 소주 등의 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료를 섞을 때 쓰는 긴 스푼과 블렌더 또는 믹서, 그리고 셰이커 등이 있으면 된다. 보통 칵테일 제조법에 나오는 계량 단위는 온스로 소주 한 컵 정도의 양이라고 보면 된다.

푸에르토리코어로 ‘파인애플의 언덕’을 뜻하는 피나콜라다는 블렌더에 바카티 럼과 코코넛 크림을 각각 1온스씩 넣고 3온스의 파인애플 주스를 따른다. 10초 정도 빠른 속도로 휘저은 다음 잔에 부으면 완성.

록그룹 롤링스톤스가 멕시코 공연 때 반해 세계에 소문을 냈다는 데킬라 선라이즈는 데킬라 2온스와 오렌지주스 4온스를 섞은 뒤 얼음을 넣고 반 온스의 그레나딘 시럽을 조금씩 부어 마신다.

칵테일 마가리타는 첫 제작자가 사고로 숨진 연인을 추억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는 로맨틱한 사연을 갖고 있다. 데킬라 1.5 온스에 칵테일용 술인 트리플섹(Triple Sec) 반 온스와 레몬 또는 라임주스 반 온스를 섞어 얼음과 함께 마신다. 칵테일 잔 가장자리에 소금을 발라 같이 마셔야 한다.

좀 더 손이 많이 가는 칵테일도 시도해 볼 만한다.

핑크 레이디는 1912년 영국에서 히트한 동명(同名) 연극이 끝난 뒤 파티 석상에서 주연 여배우 헤이즐돈에게 바쳐진 칵테일이다.

먼저 달걀 한 개에서 흰자만 따로 떼어낸다. 셰이커에 흰자와 얼음, 그리고 그레나딘 시럽 한 스푼, 드라이진 1.5온스, 생크림 한 스푼, 라임주스 반 온스, 설탕시럽 3분의 1온스 등을 넣고 흰자가 완전히 풀리도록 흔들어 잔에 따라 마신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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