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지용품 '내가족 안전'은 소화기 마련부터…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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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끌 불이 없어요.” 서울 중부소방서 예방과 신성균 반장(앞쪽)과 박민 대원이 27일 서울 청계천 8가의 한 소방기구 판매점에서 소화기 종류와 구입시 주의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못 끌 불이 없어요.” 서울 중부소방서 예방과 신성균 반장(앞쪽)과 박민 대원이 27일 서울 청계천 8가의 한 소방기구 판매점에서 소화기 종류와 구입시 주의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 불감증’을 개탄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집에 소화기 하나 장만해 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소방관들은 소화기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한다. 초기에 소화기로 잡을 수 없는 화재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 중부소방서 예방과 신성균 반장과 박민 대원은 “소화기의 화재 진압 능력은 생각 이상으로 세다”며 “집들이 선물로 소화기 만한 게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두 소방관의 안내로 서울 청계천 2가와 8가에 모여 있는 재난방지용품 판매처를 돌면서 소화기를 비롯해 각종 구조구난 장비를 알아봤다.》

▽소화기 구별법=소화기는 충전재에 따라 3종류로 구별한다. 소화기 하면 떠오르는 것은 분말 소화기로 ‘분홍색 가루’를 분출해 불을 끈다. 싼 게 장점이나 오래 두면 가루가 굳을 수 있어 가능하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소화기를 거꾸로 뒤집거나 흔들어 줘야 한다. 또 갑자기 소화기를 사용했을 때 집안이 온통 분홍색 가루로 범벅이 되는 것도 단점.

하론과 이산화탄소 소화기는 가스를 쏴 소화 현장이 깨끗하고 좁은 틈새로도 가스를 주입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산실, 통신실, 실험실 등 예민한 장비가 많은 곳에서 주로 사용한다. 값이 분말 소화기의 3∼4배가량 하는 게 단점으로 이산화탄소 소화기는 잘못 사용할 경우 ‘냉기’로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소화 능력이 좋아 추천할 만하다.

통상 소화기는 ‘ABC’와 ‘능력단위’로 소화능력을 알 수 있다. 소화기에 부착된 설명서에는 ‘A3, B5, C’ 등 이상한 문구가 있다. 이는 일반화재(A)를 3능력단위까지, 유류화재(B)는 5단위까지, 전기화재(C)에도 쓸 수 있다는 소리다. 능력단위 1은 장작 1㎥ 한 더미에 불을 붙인 뒤 끌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2는 장작 2더미의 불을 끄는 능력. 따라서 이 단위가 높을수록 소화능력이 좋다. 한국 소화기는 대부분 ‘ABC’다.

이밖에 소방관들은 소화기를 점검할 때 반드시 압력 게이지가 녹색 부분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화기 사세요=가정용으로 많이 쓰는 3.3㎏(충전재의 무게)짜리 분말소화기는 1만5000∼1만8000원. 하론 소화기는 3㎏급이 7만원대다. 이산화탄소 4.5㎏은 7만5000원가량이다. 차량용으로 많이 쓰이는 박격포탄 크기(0.8㎏)의 분말 소화기는 1만4000원.

또 부탄가스통(400g)만한 하론 소화기는 석유난로 화재 등 긴급 상황에 유용하며 뿌리는 모기약처럼 버튼만 누르면 가스가 분출된다. 차량 화재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1만2000원.

창고나 공장용으로 나가는 20㎏짜리 분말 소화기는 소화능력이 ‘A10, B20…’ 등으로 작은 소방차 수준에 버금간다. 청계천 상가에서는 8만50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이밖에 대형 건물의 ‘스프링클러’처럼 화재를 자동 감지해 소화분말을 뿌리는 ‘자동확산소화기’(2만2000원)도 인기다. 가스레인지나 보일러실 등 화기가 있는 곳의 천장에 장착해 놓으면 감지 센서의 온도가 72도 이상이 될 때 자동으로 작동해 불을 꺼준다. 인공위성처럼 생긴 모양이 독특하다.

▽10층에서 내려오는 ‘완강기’ 등 구조구난용품=아파트 고층에서 불이 나 난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게 걱정이라면 베란다에 ‘완강기’를 설치해 보자. 10층까지 설치할 수 있는 완강기로 100㎏ 이상의 사람도 천천히 내려올 수 있다. 또 도르레식이어서 반복해 쓸 수 있다. 지지대 등을 포함해 3층용이 8만원이며 층이 높아질수록 층당 8000∼1만원씩 비싸진다. 10층용은 15만원 안팎인 셈이다.

2, 3층 등 저층부는 ‘피난 사다리’도 괜찮다. 포개져 있는 사다리를 창틀에 걸어 펼치면 계단이 완성된다. 2층용이 19만5000원.

이밖에 방독마스크(2만원)와 방독면(8만원), 휴대용 비상조명등(2만원)도 중요한 구난용품이다. 가스를 자동으로 탐지해 차단하는 가스누설차단기(6만5000원)도 눈길을 끈다. 이 제품은 직접 설치할 수 있다.

▽어디서 사나=서울의 경우 청계천 2가와 8가에 집중된 소방기구 거리에서 사면 싸다. 이 곳은 대량 구매시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어 좋다. 지방의 경우에는 소방서 주변에 소방기구 전문점이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들에서도 다양한 소화기를 팔고 있다.

소방용품만을 전문으로 파는 인터넷 쇼핑몰도 꽤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야후(www.yahoo.co.kr)나 다음(www.daum.net), 네이버(www.naver.com) 등 포털사이트에서 ‘분말소화기’ 등 관련 단어를 입력하면 찾을 수 있다.

특히 소방관 또는 소방 관련 공공기관을 사칭해 음식점 등을 돌면서 소화기를 비싸게 파는 ‘악덕 상술’이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통상 ‘××소방안전공사’, ‘××소방공사’ 등 공공기관으로 오해할 만한 기관에서 나온 것처럼 말하고 소방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으나 소방관은 소화기 판매를 하지 않는다. 또 소방 관련 공공기관은 소방서와 한국소방검정공사 두 곳밖에 없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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