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SK 변칙증여 수사]주요그룹 "불똥튈라" 초비상

  • 입력 2003년 2월 17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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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이 17일 SK그룹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재계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사무실에 찾아와 조사한 적은 있지만 검찰이 직접 그룹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일은 없었다”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서울역 앞에 위치한 SK C&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33층에 위치한 구조조정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SK측은 특히 JP모건과의 이면계약은 물론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편법증여 부분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되자 더욱 긴장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SK㈜회장과 손길승(孫吉丞) 그룹회장이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된 상태여서 언젠가는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SK 될까 전전긍긍=다른 대기업은 자신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이 SK는 물론 다른 그룹도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우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는 “우리 문제는 형사고발 건이 아니라 민사소송이어서 이 일과는 무관하다”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李在鎔) 상무보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누락한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5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으나 이의를 제기해 현재 국세심판원에 계류중이다. 시민단체들은 또 삼성생명이 금리가 급속히 떨어지자 고객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보험계약을 해지했다며 이를 문제삼고 있다.

LG는 LG화학이 보유하던 LG석유화학 지분을 구본무(具本茂) 회장 등 8인에게 헐값 매각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헐값 매각으로 회사에 최소한 823억20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이미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 LG측은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鄭義宣) 부사장이 비상장 계열사인 본텍(옛 기아전자)의 대주주가 된 과정이 변칙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는 작년 10월 참여연대가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한화 등 계열사들이 이익을 부풀려 부채비율을 축소했다”며 고발하는 바람에 난처해하고 있다.

두산은 1999년 해외 BW를 발행, 인수, 행사하는 과정에서 박용성(朴容晟)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와 두산 임원들이 증권거래법, 외환관리법, 상속증여세법을 위반했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하고 있다.

▽재벌개혁 신호탄인가=대기업들은 검찰이 새 정부와의 교감 위에 ‘재벌개혁의 정지(整地)작업’으로 수사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재벌개혁을 액면 그대로 추진할 경우 갖가지 논란과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범죄수사’라는 칼날을 들이대면 반발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일은 재벌개혁의 신호탄이라는 것.

그러나 재계 인사들은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므로 일단 지켜봐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 회장과 함께 고발당한 손 회장이 최근 신임 회장에 추대되었기 때문에 당장 활동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를 만나서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힌 것이 바로 며칠 전인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면서 망연자실했다.

재계 인사들은 “최근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데다 주요 대기업들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다면 한국의 경제 신인도에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면서 “불법 행위가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수사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모 그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 벌인 수사로 생각한다”면서 “경제 전체를 위축시키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러나 경제계는 이번 사건이 대기업들과 경제단체, 그리고 경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검찰 내사 관련 주요기업 쟁점
기업내용
삼성-이재용 상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및 비상장 계열사 지분처리. 이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가 지원했다는 의혹.
LG-LG화학이 보유하던 LG석유화학 지분을 구본무 회장 등 8인에게 헐값 매각, 회사에 최소한 823억20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참여연대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
SK-참여연대, 최태원 손길승 회장을 SK증권 주식 이면거래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최태원 회장, SK㈜ 지분 확보 과정에서 비상장계열사인 SK C&C와 워커힐호텔 주식 맞교환하면서 워커힐호텔 주가를 과도 평가해 시세차익 얻었다는 혐의.
현대차
-정몽구 회장 아들인 정의선 부사장이 비상장 계열사인 본텍(옛 기아전자)의 대주주가 된 경위.
두산-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지배주주 일가가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두산중공업 전 노조 대의원 배달호씨 분신 자살 등 노조 탄압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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