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입질' 바닥시그널 아니다 … 외국인 동향보며 주가관찰

  • 입력 2003년 2월 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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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인사나 대형 기관투자가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증시에 대해 개미보다 잘 알고 투자자금도 훨씬 크기 때문이다.

4일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조만간 1조원 이상의 돈을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도 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에는 증권업협회 등 증시 유관단체들이 2월부터 4000억원의 내부 자금을 증시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때를 기다려 투자하겠다’는 개미들이 많다.

하지만 기관의 매수시점을 바닥 시그널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관은 투자 시야와 자금 운용상 제약조건이 개인과는 다르기 때문.

▽시원스러운 시그널 못 준다=국민은행 김 행장은 두 차례 뛰어난 주가 맞히기 실력을 발휘했다. 국민은행 주가가 6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떨어지기 직전인 작년 8월6일 20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110억원을 벌었다. 2001년 9·11테러 직후엔 내부 이견을 무릅쓰고 은행 돈 5000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5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김 행장의 예측력은 예외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 한 투신사 운용본부장은 “투신사든 일반법인이든 장세 변화를 선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신권은 고객이 돈을 맡겨야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개인보다 장세 판단이 나을 수가 없고 은행 보험사 등 일반법인은 외환위기 직후 무리한 주식투자로 낭패를 겪은 뒤 여간해선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

일례로 최근 국민연금의 바닥 예측력은 기대 이하였다.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 연금이 투자자금을 맡긴 투신사에 투자 집행을 지시한 다음날 종합주가지수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10일이나 1개월 뒤에는 오히려 떨어졌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연금 기금의 증시 투입은 바닥을 다져주는 역할은 하지만 상승 모멘텀은 못 된다”며 “상승 시그널은 외국인이나 반도체 가격에서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바닥 예측력이 떨어지는 이유=무엇보다 제약조건이 많다. 국민연금 장길훈 아웃소싱팀장은 “운용자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충격을 줄이려면 자금을 시기별로 배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1·4분기가 바닥권이라는 판단이 서도 다소 많이 투자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것. 투자 시야가 1∼2년으로 길고 종목당 매매 횟수가 1년에 2번도 안 되는 점도 단기바닥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한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제약조건은 있다. 이 은행의 주식투자 자금은 1조원 이내로 전체 투자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투신사보다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것도 공격적인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9·11 직후 당초 계획한 투자 규모는 1조원이었으나 리스크 관리팀이 제동을 걸어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는 후문.

▽활용 포인트=투자 시야와 처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개미들이 기관의 매매패턴에서 장세 변화의 조짐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 장길훈 팀장은 “대형주에 장기투자하지 않는 한 증시자금 동향이나 주변 여건들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자신이 잘 아는 종목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투자 타이밍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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