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판단 안설땐 '분산투자'

  • 입력 2003년 1월 23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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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이 미국의 이라크 전면공습 소식을 전하는 날이 될 것이다.’

‘후세인 망명 뉴스가 신호탄이다.’

‘아니다. 북한과 미국이 핵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날까지 기다려야 한다’….

요즘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주가 저점이 언제 나타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잡고 싶은 종목의 주가가 애초 마음먹은 가격까지 떨어져도 막상 손이 나가질 않는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니 연일 100개가 넘는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주가 바닥을 콕 짚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 증시의 진리다. 오죽하면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말이 금언(金言)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이런 타이밍 선정의 어려움 때문에 분산 투자가 위험을 관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격이 제각각인 여러 종목을 동시에 사들이는 종목별 분산 투자는 개인투자자들로서는 흉내내기 어렵다. 개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투자컨설팅 업계에서 최근 자주 거론하는 기간별 분산 투자다. 미국에서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 cost averaging)’이라는 개념으로 정착한 투자방법으로 한국에는 90년대말 소개됐다.

▽기간별 분산 투자 요령〓먼저 마음에 드는 종목을 고른다. 그리고는 ‘이만하면 됐다’ 싶은 때부터 시작해 네댓번에 걸쳐 일정한 간격으로 사들인다.

아주 간단한 매수 방법이지만 위험관리 효과는 탁월하다.

주가가 폭락할 때는 물론 하향 또는 보합 추세를 보일 때 한꺼번에 투자한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낳는다. 다만 주가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일 때는 일시투자보다 수익률이 낮다.

종합자산관리서비스업체 네오머니의 홍성민 e비즈니스 부장은 “개별 종목 주가의 흐름은 시장 전체의 추세보다 알아맞히기 어렵다”면서 “한국 증시처럼 주가 등락이 심한 시장에서 개인들에게 안성맞춤인 투자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물타기와 ‘3단계 매수론’〓기간별 분산 투자는 언뜻 물타기를 닮았다. 하지만 미리 계획을 세워 손절매 범위 안에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타기는 손절매 기준을 넘겨버린 상황에서 우격다짐식으로 매수 단가를 낮추는 잔재주에 불과하다. 일정한 간격으로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것을 미덥지 않게 여기는 투자자는 다른 기준으로 타이밍을 잡을 수도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투자전략팀장은 자존심 강한 개인을 위해 ‘3단계 매수론’을 제안한다.

먼저 ‘이 종목 정말 마음에 든다’고 느낄 때 3분의 1을 산다. 그리고 그 종목의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서는 시점에 다시 3분의 1을 산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하고 상승 초입에서 매수한다.

오 팀장은 “개인들은 정작 저점에서는 그때가 저점인지를 확신하지 못해 못 사고 주가가 오름세로 바뀌면 ‘미리 샀을 것’이라는 억울한 심정에 못 사게 된다”며 “기간별 분산 투자나 3단계 매수는 이런 심리적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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