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기업 CEO들이 본 하반기 경제-본보 LG경제硏조사]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31분


▼국내외 경기 전망▼

“미국경제 불투명, 연말 대선, 노사불안 등 각종 악재로 기업이 투자를 미루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 같은 걱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기업 CEO들은 대체로 하반기 이후의 국내 경제에 대해 ‘적어도 상반기 수준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동아일보가 LG경제연구원과 공동기획한 ‘100대 기업 CEO 국내외 경제전망 설문조사’ 결과엔 올 하반기 및 내년도 경제에 대한 CEO들의 기대와 우려가 함께 스며 있다.

▼관련기사▼
- "하반기 투자 더 늘린다"…본보-LG경제硏 100대기업 CEO 설문

▽국내경제는 낙관, 세계경제는 불투명〓100대 기업 CEO들은 자기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하반기 한국경제 전체의 전망에서도 비교적 낙관적이다. 상반기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53.0%, 조금 호전될 것으로 본 CEO가 28.9%로 10명 중 8명가량이 적어도 올 상반기 수준의 경기흐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경기 침체를 예상한 응답자는 16.9%였다.

하지만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선 △상반기보다 침체할 것 38.6% △상반기와 비슷할 것 35.7% △조금 호전될 것 25.0%의 순으로 비관론이 조금 우세했다.

불투명한 세계경제 전망 속에서도 국내 경제는 상반기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 CEO들이 실물부문에서 이른바 ‘디커플링’(미국경제와의 차별화)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의 투자계획은 △예년 수준 46.8% △조금 증가 34.2% △매우 증가 6.3% 순으로 나타나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었다. 해외투자(5.7% 증가)보다 국내투자(16.7% 증가)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도 경제전망도 비교적 낙관적이다. 대부분의 CEO들은 내년도 국내 경제를 경기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거나(61.4%), 현상 유지(36.1%)로 내다봤다.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매출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하반기 개별기업의 사업전망은 상반기 수준(54.2%)이거나 조금 호전될 것(30.1%)으로 예상했다. 상반기보다 침체될 것이라는 견해는 12%에 그쳤다. 산업별로는 제지출판 1차금속 통신서비스 순으로 하반기 사업전망이 낙관적이었다.

낙관의 근거는 하반기에 국내외 시장에서의 매출 호조가 예상되기 때문. 87%의 CEO는 내수시장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하반기 대비 업종별 매출신장률 전망은 △운수장비 18.8% △건설업 18.3% △통신서비스 16%의 순. 올 상반기 대비 매출신장률도 △건설업 22.4% △제지출판업 10% △통신서비스 9.3% 등이었다. 수출시장도 내수시장과 마찬가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72%)이었다.

손익전망도 긍정적이다. 응답자의 93% 정도가 하반기 이익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비슷한 수준이거나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 50.1%, 올 상반기에 비해 15.3% 늘어날 것이라는 것. 올해 사업실적이 좋았던 운수장비 도매업 건설업이 작년 동기대비 100% 이상의 이익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생산계획에 따라 결정되는 공장가동률은 작년 하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응답하거나(49.3%), 높아질 것으로(49.3%) 예상하는 등 매우 낙관적이었다. 하반기 매출신장으로 평균 재고수준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금융환경 전망▼

하반기 경제상황에 대한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낙관 섞인 기대는 금융환경 전망에도 반영됐다. 주가의 소폭 상승을 예상하는 견해가 주류를 이뤘고 자금조달도 은행돈을 꾸기보다는 회사채발행 등으로 해결하려는 CEO가 더 많았다.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증거.

그러나 최근 미 달러화의 급락세와 미 증시 침체 등으로 세계자본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탓인지 환율 수준에 대해선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원-달러 환율〓‘조금 상승한다’(원화가치 하락)는 답변과 ‘더 하락한다’(원화 가치 상승)는 답변이 각각 32.5%, 43.2%로 엇갈렸다. 환율변동이 미미할 것이란 답변도 24.1%로 나타나 CEO들 역시 환율방향을 불확실하게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시점의 환율수준은 달러당 1204원 정도.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올해 기록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최근 뉴욕증시의 하락세가 진정되더라도 달러화가 강세기조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급락은 특히 수출부문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상반기 결산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기준환율을 지난 연말보다 달러당 100원 정도 낮췄다.

CEO들은 환위험 대비책으로 ‘적절한 금융상품을 구입해 환위험을 줄이겠다’는 답변(64.9%)을 내놓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위험 및 관리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증거. 이밖에도 △수입/수출업체 다변화(18.2%) △결제통화 다변화(7.8%) △내수시장에 주력(6.5%) △공장의 해외 이전(1.3%)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금리 내려가지 않는다’〓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조금 상승할 것이다’란 답변이 68.7%나 차지했고 다음으로 △주가변동이 미미할 것이다(21.7%) △더 하락한다(6%)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합주가지수 700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의 주가수준을 ‘바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낙관적인 전망은 3.6%로 최하위.

각 기업의 하반기 자금조달 수단으로는 회사채발행(42.5%), 자산담보부 증권(ABS) 발행, 내부자금 등 기타(31.3%)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 등 간접금융시장(18.8%)과 해외자금 조달은 소수였다. 또 CEO의 6%만이 ‘금리가 더 하락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금리변동이 미미하거나 조금 상승한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이는 하반기 채권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상반기에 쌓아둔 이익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해외진출 전망▼

‘가자! 중국으로.’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해외 투자국으로 어느 나라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대다수(79.6%)가 중국을 꼽았다. 이들은 올 하반기에 중국에 평균 17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내의 번잡한 기업규제를 피하면서 생산원가가 국내보다 싼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국내 생산원가를 100으로 잡을 때 중국은 77에 불과하다(무역협회 자료).

국내 기업들은 92년 양국간 수교 이후 대(對) 중국 투자와 수출을 크게 늘렸다. 지난 10년간 누적된 무역흑자 규모는 333억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비중은 작년의 경우 12%로 일본(10.9%)을 제치고 미국(20.8%)에 이어 제2위의 시장으로 부상했다.

수교후 10년간 대 중국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92년 271건, 2억600만달러에 불과했던 대 중국 투자실적은 올 6월말 현재까지 6634건, 58억3000만달러(누계기준)로 급증했다.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88만달러.

중국 투자지역은 산둥성과 동북 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이 작년말 현재 전체 투자금액의 44.8%를 차지한 가운데 최근엔 상하이와 광둥성 등 동부 연안지역의 투자금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트라가 최근 조사한 중국시장 진출 동향 설문조사에서도 상하이 베이징 산둥 광둥 등의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LG전자의 경우 중국내 현지 생산을 통한 매출을 매년 26%씩 늘려 2005년엔 80억달러의 매출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 LG화학도 중국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규모를 연간 10만t 규모로 늘리는 등 LG그룹 계열사의 중국투자가 적극적인 편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설문조사 응해준 100大기업 CEO▼

동아일보는 7∼13일 2001년말 상장사 가운데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한국신용평가㈜ 집계, 공기업 포함)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이 가운데 84명분을 회수했다. 다음은 최고경영자가 설문에 참여한 기업들(가나다 순).

고려아연, 금강고려,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기아자동차, 담배인삼공사, 대림산업,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자판,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 대한전선, 대한항공, 데이콤, 동부건설, 동부제강, 동부한농화학, 동양시멘트, 동양제철화학,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삼보컴퓨터,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테크원, 삼성SDI, 삼양사, 새한, 쌍용, 쌍용양회, 쌍용자동차, 오뚜기, 이수화학, 제일모직, 제일제당, 두산, 한화, 코오롱, 코오롱건설, 태광산업, 태평양, 포스코, 풍산, 하이닉스, 하이스코, 하이트맥주, 한국가스공사,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전력, 한국타이어, 한라공조, 한솔제지, 한신공영, 한진해운, 현대건설, 현대미포조선, 현대산업개발, 현대상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화성산업, 효성, INI스틸, KT, LG건설, LG상사, LG생활건강, LG석유화학, LG전선, LG전자, LG칼텍스가스, LG화학, S-oil, SK텔레콤, SK글로벌, SK, SKC 외 4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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