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특집][기업]“넓게” ·“깊게” 만리장성 뛰어넘기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40분


‘중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기업이 되자.’(LG전자)

‘전체 인구 5%의 사랑을 받자.’(삼성전자)

최근 중국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한국 전자업계의 두 ‘대표주자’의 대(對) 중국 전략은 이처럼 엇갈린다. ‘전체 국민’과 ‘그 중 5%’의 차이는 바로 농촌과 도시의 차이며 대중과 고소득층의 차이다.

LG전자의 중국 전략은 ‘일본보다 나은 품질, 중국보다 낮은 가격’. 이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해 LG전자의 14개 중국 생산법인과 6개 판매법인, 지주회사 등이 모두 흑자를 내고있다.

LG전자는 1993년 중국 후이저우에 법인과 공장을 설립한 뒤 대 국민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계속 펼쳐왔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농어촌 지역의 ‘LG 마을’과 ‘LG 학교’. 99년부터 선양 일대 5개 지역의 낙후된 학교나 시골 마을에 컴퓨터(PC)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폭발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올 1월에는 중국 후이저우 시정부가 그동안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왕복 6차선 도로에 대해 ‘LG 다다오(大道)’라는 이름을 부여하기도 했다.

때때로 불우이웃돕기나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지난해는 3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돌며 ‘축구공 묘기 대장정’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LG전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어느 정도 ‘LG’ 브랜드를 알린 데다 중국의 지역 브랜드가 저가공세로 따라오고 있기 때문.

반면 삼성전자는 ‘낮은 가격이나 물량 공세로는 절대로 중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상위 5%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92년 후이저우에 오디오 생산법인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생산법인 10개, 판매법인 3개 등을 갖고있다. 지난해 37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5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있다.

삼성의 주된 마케팅 대상은 도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톈진 등 10개의 전략 대도시에서 상위계층 및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제품 가격만 봐도 명백하다. 휴대전화 애니콜은 1000달러선(약 8000위안)으로 웬만한 봉급생활자가 반년치 봉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 삼성의 프로젝션 TV나 양문형 냉장고(550ℓ이상) 노트북PC 등도 시장 평균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물량도 미리 많이 만들어놓지 않는다. ‘팔리는 대로 생산하자’는 전략에 따라 재고는 거의 없다. 유통업자들과는 현금 결제를 우선시하면서도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