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실명브랜드 "전문가의 명예를 건다"

  • 입력 2002년 4월 8일 17시 30분


첼리스트 도완녀씨가 장독대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첼리스트 도완녀씨가 장독대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독특한 감각이 그대로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는 패션계에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다. 전통 있는 패션 기업으로 자리잡은 루이뷔통, 샤넬, 이브 생 로랑 등은 물론이고 국내에도 김연주 강희숙 이동수 등이 이름 그대로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이름을 거는 것’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된장 장아찌 고등어 등 식품 분야에도 최근 이름 브랜드가 인기다. 기능을 보유한 ‘장인’이 예술품을 만들듯이 공을 들이거나, 의학계 등에서 이미 알려진 사람의 이름이 신뢰감을 준다는 것. 》

‘이름을 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름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 이름 값을 하려면 자신의 이름을 붙일 만큼의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고급화 추세와 맞물려 이들 ‘이름 브랜드’는 홈쇼핑 등의 효자상품 노릇을 하고 있다.

▽장인들의 작품〓‘윤상섭 양념 참갈비’를 만드는 윤상섭씨는 경력 30년의 한식 요리 전문가. 각종 과일을 넣은 천연 양념을 이용한 ‘윤상섭식 양념 갈비’는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4㎏당 약 7만원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 갈비보다 30%가량 비싸지만 CJ39쇼핑에서 시간당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동삼 간고등어’는 안동의 문화 관광상품으로 지정됐다.

이동삼씨의 ‘간잡이’(전통 방식의 고등어 염장 기술자) 경력은 40년. 일일이 손수 염장하는 이씨는 모든 제품에 친필로 서명해 품질을 보증한다.

올해 설에는 선물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고등어를 잡아 염장하는 시간에 한계가 있어 홈쇼핑사들이 일부러 방송 편성을 띄엄띄엄 해야 했다.

첼리스트 도완녀씨의 ‘첼리스트 된장’은 국산 햇콩과 봄 눈 녹은 물을 사용해 자연 유약을 바른 옛날식 항아리에서 담근다.

도씨가 손으로 직접 빚어 1년간 숙성시킨 메주로 만든다. 홈쇼핑 농수산TV에 따르면 3㎏당 4만2000원 선으로 시중의 된장보다 7배 가량 비싸지만 1시간 방송할 때마다 200여개씩 팔려나간다.

‘홍쌍리 청매실’은 식품 명인 1호인 홍쌍리씨의 작품이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매실을 재래식 옹기에서 숙성한 매실 농축액이다. 첼리스트 된장을 만드는 강원 정선의 된장마을과, 전남 광양의 홍쌍리 청매실 농원은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또 순창의 ‘이기남 할머니 장아찌’는 우리홈쇼핑에서 지난달 623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현대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이종임 종합김치’도 시간당 약 2000세트씩 팔리고 있다.

▽유명인이 보증하는 제품〓의사 교수 요리연구가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이름을 단 식품도 있다.

특히 잘 모르는 제품을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건강 보조식품은 전문가의 이름이 신뢰도를 높여 매출에 직결된다.

방송사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한의사 김소형씨는 최근 LG홈쇼핑을 통해 ‘김소형 미식’이라는 다이어트 식품을 선보였다.

직접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등 다이어트 전문 한의사로도 유명한 김씨가 한방재료와 생식을 이용해 처방했다는 점에서 유명 인사의 브랜드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3회 방송만에 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농수산TV에서 판매되는 ‘황수관의 신바람 기장 다시마 효소’도 대표적인 유명인 브랜드 상품. 방송 진행자로 알려진 황수관 박사의 자문으로 제조한 건강 보조식품이다.

연예인이자 20여년간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전문가 이정섭씨도 표고버섯을 넣어 향을 살린 간장 된장 고추장을 ‘이정섭 별미 장류세트’로 구성했다.

지난달 LG홈쇼핑에서 방송 20분만에 500세트가 팔려나갔다.

▽음식점도 이름 브랜드〓전통술과 한식 프랜차이즈인 ‘배상면 주가’는 국순당·배상면주가 회장인 배상면씨로부터 나왔다. 백하주 흑미주 등 전통술을 만드는 ‘배상면 주가’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현재 6개의 점포가 있다.

98년 서울 명동에 첫 선을 보인 ‘성신제 피자’도 창업자 성신제씨의 이름을 땄다. 창업하기 전 성씨에게 자금을 투자하려던 사람들은 미국계 브랜드를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성씨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말로 투자자를 설득했다.

84년 외국계 유명 브랜드인 ‘피자헛’을 국내에 처음 들여오기도 했던 성씨는 “키워봐야 내 브랜드가 아니라는 서러움이 성신제 피자를 창업한 동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죽에 물 대신 녹차를 사용하는 등 담백한 맛으로 60석 규모의 명동 매장 평일 고객수가 500여명에 이른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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