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춤추는 분석’ 투자자는 어지러워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49분


현대증권 반도체 담당 우모 연구원은 4일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투자의견을 ‘강력 매수(Strong Buy)’에서 ‘마켓퍼폼(시장평균 수준의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뜻의 중립 의견)’으로 조정했다. 강력 매수 추천을 낸 지 불과 20일만의 투자의견 변경이었다.

강력 매수 당시 하이닉스 주가가 2700원이었으나 주가가 계속 힘을 받지 못하다 4일 2450원까지 떨어지자 의견을 바꾼 것.

▽춤추는 투자의견〓기업분석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보통 6개월의 목표주가가 제시되는 장기 투자 의견이다. 순간순간의 재료를 중심으로 단기 투자를 권하는 투자전략가들의 보고서와는 다르다. 한 기업의 본질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그런데 정작 보고서를 낸 당사자들이 빠르면 한달 만에 의견을 바꾸기 일쑤여서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한국 증시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1일 담배인삼공사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낸 D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4일 공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며칠 동안 주가가 많이 빠져서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렵다. 지금은 주가의 상승여력이 생긴 상황”이라고 의견을 바꿨다. 2, 3일이 주말이었으니 그는 투자의견을 낸 지 단 이틀만에 의견을 바꾼 셈.

애널리스트야 “상황이 바뀌었으니 투자의견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한 때나마 그들의 말을 믿은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인간이기에 저지를 수밖에 없는 실수라고 해석하기에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지적. 우선 이들의 반성이 전혀 없다. 지난해부터 몇몇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맞으면 내 덕분, 틀리면 그만’이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책임을 지지 않는 풍토가 조성된 것은 엄밀한 애널리스트 평가 시스템이 없기 때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도 애널리스트의 경력에 별 손상이 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리포트를 공개하는 무책임한 애널리스트도 생겨난다. 지난달 31일 한 기업에 대해 장기매수의견을 낸 B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쓰기는 긍정적으로 썼는데 실제로는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슨 이유로 자신도 확신하지 않는 리포트를 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사이버 증권 애널리스트 박동운씨는 “분석결과에 대해 엄밀하게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불신은 없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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