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젊은경영’ 바람부나…이수빈-현명관회장 전격퇴진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02분


이수빈 회장(좌), 현명관 회장(우)
이수빈 회장(좌), 현명관 회장(우)
삼성그룹의 간판급 원로 경영인인 이수빈(李洙彬·63) 삼성생명 대표이사 회장과 현명관(玄明官·61)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이 일선경영에서 손을 뗀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과 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회사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고 이달부터 그룹 원로로서 대외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고 1일 발표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삼성사회봉사단장을 맡아 삼성의 사회공헌사업에 주력하게 된다. 또 현 회장은 삼성라이온즈 구단주 겸 일본담당 회장으로서 스포츠와 해외협력 업무를 맡는다.

삼성그룹 측은 “은퇴를 결정한 두 분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후배 경영진을 키우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그룹 측에서 만류해왔으나 본인들의 뜻이 강해 대표이사직 사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므로 회사경영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배정충(裵正忠) 대표이사 사장과 유석렬(柳錫烈) 대표이사 사장 두 사람이 경영을 맡게 된다. 또 삼성물산은 배종렬(裵鍾烈) 대표이사 사장과 이상대(李相大) 건설 주택부문 사장이 경영책임을 진다.

두 원로 경영진의 경영일선 퇴진으로 삼성그룹 회장단은 사실상 이건희(李健熙)회장,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 이형도(李亨道) 삼성전기 부회장 3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회장과 현 회장의 퇴진은 삼성 경영진의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앞당기는 ‘신호탄’ 성격을 지닌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이병철(李秉喆) 창업주가 작고하기 전부터 경영에 참여해온 원로들이 물러남으로써 조직이 젊어지고 그룹경영에 새 바람을 불러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삼성 수뇌부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기업경영을 둘러싼 각종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연령도 과거보다는 낮아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의 한 소식통은 “삼성의 고위관계자가 최근 ‘삼성에서는 앞으로 40대 CEO가 적지 않게 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이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직업이 사장’이라고 불릴 만큼 대표적 전문경영인. 과거 고도성장시대에 현대 이명박(李明博) 전 사장과 함께 ‘초(超)고속승진’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1965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38세인 77년에 제일모직 대표이사 전무로 취임해 25년 동안 대표이사 생활을 했다. 삼성정밀공업(현 삼성테크윈), 삼성증권, 삼성생명 등의 CEO와 그룹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현 회장은 행정고시 4회 출신으로 감사원을 거쳐 7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신라호텔, 삼성물산 등 무역 및 서비스 관련 회사에서 13년간 대표이사로 일해 왔다.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