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기획예산처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신뢰할 만한 대외비 보고서라는 점에서 파장이 일 전망이다. 당장 기획예산처 및 재경부 등 정부당국에 대한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가채무 급증문제는 ‘핫 이슈’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심상찮은 나랏빚 증가추세〓이 보고서는 정밀한 모형을 동원해 5가지 시나리오를 만든 뒤 이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예상되는 중앙정부 채무 증가추세를 산출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분석결과를 보면 정부가 앞으로 재정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중앙정부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KDI가 세금과 연금 등 세입과 세출변수를 꼼꼼히 추정해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본모델(시나리오Ⅰ)에 따르더라도 중앙정부 채무는 2005년 232조7000억원, 2008년 318조1000억원, 2011년 400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2011년의 중앙정부 채무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5.1% 수준.
이는 공적자금(정부보증채권)의 경우 이자만 갚고 원금은 차환(借換)하면서 당장 정부가 떠안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서다. 또 중앙정부 채무와 함께 국가채무를 구성하는 지방정부 채무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팽창재정 겹치면 재정은 통제불능으로 악화〓KDI 보고서는 정부보증채권 104조원을 2003년부터 5년간 원금의 80%까지 갚는다고 할 경우 2011년의 중앙정부 채무가 GDP의 47.1%인 53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정부가 공적자금 원금을 갚지 않고 감세정책을 택하면 GDP의 44.5%인 507조7000억원으로 늘고 특히 ‘선심성 정책’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할 경우 10년 후 빚 규모는 무려 7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결과는 충격적이다. KDI가 최근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열린 ‘비전 2011 프로젝트’에서 시나리오별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대신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Ⅴ만 내놓은 것도 이 보고서가 지닌 폭발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만한 재정정책의 위험성 경고〓이번 KDI보고서가 던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최근 정부가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는 재정확대 정책이 당장은 달콤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 정부가 두고두고 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나라살림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공적자금 원금상환을 늦출 경우(시나리오Ⅴ) 10년 뒤 중앙정부 채무를 250조원 내에서 묶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경기악화로 일정수준의 재정동원이 불가피한 데다 특히 정부가 중산층 및 서민층의 복지를 늘리기 위해 건설 교육 건강보험 대북경협 등의 분야에서 ‘선심성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낙관적인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이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단기적으로 복합불황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시나리오별 재정전망을 시도하고 이를 기초로 정책과제를 공식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순활·최영해·선대인기자>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