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차별화 시대-中]"두둑한 고객 20% 잡아라"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39분


한 가전회사는 5월초 신용카드회사와 손잡고 서울 강남지역에서 최고급 냉장고 판촉행사를 가졌다. 회사측은 잠재고객 5만명을 골라내 전화, 우편(DM), e메일 등을 통해 냉장고값 할인, 무이자할부 등의 특전을 알렸다.

고소득에 전자제품 구매실적이 많은 고객들이 잠재고객으로 선택됐다. 한 달간 팔린 냉장고는 약 1000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잠재고객 명단에도 끼지 못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고급 냉장고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새까맣게 모르고 지나간 셈이다.

기업들은 요즘 고급 가전제품, 콘도, 골프용품, 고급아파트 등 고가 제품을 이런 마케팅 기법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각 신용카드 회사는 한 달에 30∼50개의 제조업체와 손잡고 공동마케팅을 펼친다. 제조업체들이 신용카드사와 손잡는 이유는 카드사가 방대하고도 정밀한 고객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

▼글 싣는 순서▼
上-"돈 안되는 고객은 사양합니다"
中-"두둑한 고객 20% 잡아라"
下-"단골은 환영, 뜨내기는 사절"

잠재고객 수는 상품특성마다 다르지만 보통 5만명에서 30만명선.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잠재고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가 소득과 카드사용 실적이므로 고소득자에게 할인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기회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백화점 보석대전 올해 마케팅 사례
5월3월
직접 메일 340부1만부
비용17만원500만원
효과

(매출액)

34% 보석구입(2억원가량),총 66% 물건구입비슷

기업이 이처럼 고객을 차별하는 이유를 신세계 백화점의 실험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 백화점은 지난달 보석대전을 개최하면서 VIP고객 340명에게만 DM을 통해 알렸다. 3월 1만명에게 DM을 보낸 것과 비교하면 3.4%만 초청한 것. 그러나 매출은 작년과 비슷하게 나왔다. 초청 고객의 34%가 보석을 구입했고 66%가 다른 상품을 구입한 것. 결국 기업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보다 ‘능력’과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 판매촉진을 집중하는 것이 수익을 올리는 지름길이라는 결론.

삼성카드는 1350만명의 고객을 VIP, 초우량, 우량, 예비, 일반, 관리, 신규 등 7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으며 이중 VIP, 초우량, 예비등급의 고객이 수로는 20%에 불과하지만 수익의 70%를 차지한다. 미국의 신용카드업계도 상위 20%의 고객이 회사 이익의 76%에 기여하고 장거리 전화고객도 상위 고객의 36%가 회사수익의 89%에 기여한다. 이른바 ‘20%의 고객이 80%의 매출과 이익을 차지한다’는 80 대 20의 법칙이 국경과 업종에 상관없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은 우량고객에 대한 서비스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은행. 시중은행들은 요즘 1억원 이상의 예금을 한 고액예금자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금융자산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각종 세무 및 법률상담, 여행 및 골프상해보험도 기본서비스가 된 지 오래.

서비스 차별화를 실시하기 어려운 제조업체들도 우량고객 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현대차를 2대 이상 구매한 고객이 신차를 살 경우 차 값의 1%를 깎아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사 가전제품을 일정액 이상 구입한 고객이 신제품을 살 때 값을 깎아주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병기·하임숙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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