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에 전자제품 구매실적이 많은 고객들이 잠재고객으로 선택됐다. 한 달간 팔린 냉장고는 약 1000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잠재고객 명단에도 끼지 못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고급 냉장고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새까맣게 모르고 지나간 셈이다.
기업들은 요즘 고급 가전제품, 콘도, 골프용품, 고급아파트 등 고가 제품을 이런 마케팅 기법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각 신용카드 회사는 한 달에 30∼50개의 제조업체와 손잡고 공동마케팅을 펼친다. 제조업체들이 신용카드사와 손잡는 이유는 카드사가 방대하고도 정밀한 고객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
▼글 싣는 순서▼ |
上-"돈 안되는 고객은 사양합니다" 中-"두둑한 고객 20% 잡아라" 下-"단골은 환영, 뜨내기는 사절" |
잠재고객 수는 상품특성마다 다르지만 보통 5만명에서 30만명선.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잠재고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가 소득과 카드사용 실적이므로 고소득자에게 할인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기회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백화점 보석대전 올해 마케팅 사례 | ||
5월 | 3월 | |
직접 메일 | 340부 | 1만부 |
비용 | 17만원 | 500만원 |
효과 (매출액) | 34% 보석구입(2억원가량),총 66% 물건구입 | 비슷 |
기업이 이처럼 고객을 차별하는 이유를 신세계 백화점의 실험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 백화점은 지난달 보석대전을 개최하면서 VIP고객 340명에게만 DM을 통해 알렸다. 3월 1만명에게 DM을 보낸 것과 비교하면 3.4%만 초청한 것. 그러나 매출은 작년과 비슷하게 나왔다. 초청 고객의 34%가 보석을 구입했고 66%가 다른 상품을 구입한 것. 결국 기업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보다 ‘능력’과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 판매촉진을 집중하는 것이 수익을 올리는 지름길이라는 결론.
삼성카드는 1350만명의 고객을 VIP, 초우량, 우량, 예비, 일반, 관리, 신규 등 7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으며 이중 VIP, 초우량, 예비등급의 고객이 수로는 20%에 불과하지만 수익의 70%를 차지한다. 미국의 신용카드업계도 상위 20%의 고객이 회사 이익의 76%에 기여하고 장거리 전화고객도 상위 고객의 36%가 회사수익의 89%에 기여한다. 이른바 ‘20%의 고객이 80%의 매출과 이익을 차지한다’는 80 대 20의 법칙이 국경과 업종에 상관없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은 우량고객에 대한 서비스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은행. 시중은행들은 요즘 1억원 이상의 예금을 한 고액예금자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금융자산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각종 세무 및 법률상담, 여행 및 골프상해보험도 기본서비스가 된 지 오래.
서비스 차별화를 실시하기 어려운 제조업체들도 우량고객 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현대차를 2대 이상 구매한 고객이 신차를 살 경우 차 값의 1%를 깎아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사 가전제품을 일정액 이상 구입한 고객이 신제품을 살 때 값을 깎아주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병기·하임숙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