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우린 한국회사"…로레알코리아 아르젤 사장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6분


‘서울 고스트(ghost)’.

로레알코리아 피에르 이브 아르젤 사장(43)의 별명이다. 서울 출신보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얻은 이름. 한국에 온 지 1년 7개월 밖에 안됐지만 한국인 직원들이 갤러리나 음식점 위치를 물어볼 정도다. 특히 강남일대 명동 신촌 동대문 홍대앞 등 젊은이들의 거리를 즐겨 찾는다. 매주말 북한산에 오르는 것도 아르젤 사장의 빼놓을 수 없는 일정.

“서울은 굉장히 역동적인 도시입니다. 2주 정도 외국출장을 다녀 오면 자주 가던 음식점이 사라지고 새로운 바가 생기곤 하죠. 변화의 속도를 느끼는 일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르젤사장은 현지 문화와 조화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 직원들과 자주 어울리며 소주는 물론 폭탄주도 즐겨 마신다고. 그는 “로레알코리아는 한국회사다. 직원 600명 중 3명만 빼고 모두 한국인이다. 내가 한국화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개인강사를 두어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로레알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화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의 ‘당신은 소중하니까요’하는 광고. 그러나 로레알을 단지 염모제 회사로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로레알은 세계 1위의 화장품그룹.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12.5%를 차지한다. 지난해 총 매출은 7500만 프랑(약 15조원).

랑콤 비오템 아르마니 랄프로렌 헬레나루빈슈타인 메이블린 비쉬 등 여성들이 선망하는 유명 브랜드들이 모두 로레알의 제품들이다. 로레알은 브랜드 가치가 있는 화장품 회사들을 차례로 인수 합병하고 대신 독자적 경영을 보장해왔다. 아르젤사장의 현지화 노력도 이같은 경영방식의 하나.

아르젤사장은 부임후 몇가지 중요한 일을 했다. 회사명을 ‘코벨’에서 ‘로레알코리아’로 바꾸고 사무실을 양재동 작은 빌딩에서 아셈타워로 옮긴 것.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레알그룹을 한국에도 널리 알리자”는 취지였다.

최근엔 외국기업으로서 드물게 매출 실적과 향후 계획등을 발표했다. 인력을 고용할 때도 헤드헌팅업체를 이용하기 보다 대졸 신입사원들을 채용한다.

“화장품업계에서 아시아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지역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부분에서 세계 5∼6위의 큰 시장이지요”

로레알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 3%. 99년보다 매출이 50% 늘었지만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아직은 적자다. 프랑스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연구센터를 새로 지었으며 한국인에 맞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아르젤사장은 프랑스 낭뜨 비즈니스 스쿨을 나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MBA를 마쳤다. 1985년 로레알그룹에 입사한 뒤 주로 마케팅분야에서 일했다. 미국인 부인, 5명의 자녀와 함께 한남동에서 산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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