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4조3교대 근무' 실업대책 될 수 있나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43분


최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는 기업이나 학계 노동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잦다. ‘4조3교대’라는 독특한 근무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서다. 이는 ‘일 나눠 갖기(Work Sharing)’의 한 형태. 4조3교대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널리 알려진 근무 시스템. 한국에서는 93년 유한킴벌리가 처음으로 생산직 사원에 대해 도입한 이후 포항제철 한국타이어 등 10여개사 만이 운용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하루 8시간씩 근무, 24시간이나 16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3조3교대나 3조2교대를 운영하고 있다.

▽4조3교대의 비밀〓3개조는 8시간씩 근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나머지 1개조는 휴식을 취하거나 교육을 받는 것이 특징이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의 경우 A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B조는 오후 3시부터 밤 11시, C조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일한다.

각 조의 업무주기는 28일. 7일간 야간근무→2일간 휴식이나 교육(첫째 날 휴식, 둘째 날은 근로자가 휴식하거나 교육 중 선택, 교육을 받으면 근무로 인정)→7일간 오후근무→2일간 휴식 및 교육→하루 교육→7일간 오전근무→이틀 휴식 및 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4조3교대제의 핵심은 교육에 있다. 1개조를 추가로 고용하는 비용을 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상쇄하는 것이 핵심. 유한킴벌리의 경우 근로자 1명이 평균 연간 32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문국현 사장은 “교육의 핵심은 근로자들이 공장의 모든 기계를 다룰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멀티태스킹훈련, 팀별 회의를 통한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에 있다”고 말했다. 기계부품처럼 한가지 업무만 하는 것보다 공장의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근로자가 여러 가지 기계를 다룰 수 있을 경우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와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 또 판매 및 회계교육까지 시켜 근로자들이 자신이 공장에서 하는 일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94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불량률이 14.7%에서 8년 만에 1.7%로 떨어졌고 생산성도 2배 이상 증가했다.

▽부실기업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포항제철이 4조3교대를 도입할 때 자문했던 서울대 최종태 교수(경영학)는 “4조3교대는 시장점유율이 높아 공장을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우량기업에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판매율이 떨어져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하는 기업에서 채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계절별로 공장가동률이 크게 변하는 업종도 도입하기 어렵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유휴인력이 너무 많아 비용부담이 크다.

노동연구원 이원덕 원장은 “우량기업들이 이 근무체제를 도입하면 고용이 늘어 간접적인 실업대책이 될 수는 있다”며 “종업원에게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업종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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