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못추는 수출]'주력' 반도체-철강 흔들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7분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8.8% 중 수출이 기여한 부분은 5.4%였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 비중이 61.4%나 된다. 이러니 3월 수출이 작년 3월에 비해 0.6% 줄어든 것은 한국경제 전반에 빨간 불이 켜졌음을 뜻한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3개월 만이다.

수출증가율이 10%를 넘어야 올 수출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1분기(1∼3월)증가율이 3.1%에 불과하고 2분기(4∼6월)에는 수출이 더욱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박양섭 무역연구실장은 “최근의 수출 감소는 경기둔화로 미국과 일본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원화가치 하락, 즉 수입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수출상품가격이 싸졌는데도 판매는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했기 때문.

3월(1∼20일)지역별 수출동향을 보면 미국(―2.2%), 일본(―3.1%), 아세안국가(―10.4%)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싱가포르 등 아세안 5개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것은 이들의 수출 주력시장 역시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으로부터 기계나 원자재의 수입을 줄였기 때문이다. 다만 3대 주력시장 중 하나인 대(對)중국수출이 16.8% 증가했고 유럽(5.5%), 중남미(23.4%)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수출붕괴를 막아주고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컴퓨터, 섬유 등 주력제품 대부분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수출을 주도해온 반도체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관련 제품들은 미국 경기에 민감해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수출이 회복되기 어렵다. 과잉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석유화학과 섬유직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철강도 경기하락과 통상분쟁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기가 어렵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도 불안하다. 한해 30억달러 어치 가량을 수출하는 대우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현대차 혼자 뛰어서는 한계가 있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자원부 김상열 무역정책심의관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수출이 급전직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경기가 살아나면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3월말부터 반도체가격이 반등한 것도 반가운 신호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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