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랜드 조희상 대표이사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59분


패션유통 전문업체인 이랜드는 최근 조그만 경사를 하나 맞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인 ‘CFO 아시아지’가 선정한 제 1회 아시아 최우수 CFO(재무 최고책임자) 기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상을 일궈낸 사람은 바로 조희상(曺喜祥·44) 이랜드 시스템스 대표이사. 대신증권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가 95년 이랜드에 입사한 뒤 재무통으로서 그룹의 구조조정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경쟁업체들이 확장을 거듭하던 97년 우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재무적인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금 우리는 사업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쏟을 수 있게 됐지요. 그런데 지금 경쟁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하더군요. 매번 한발씩 앞서가고 있는 셈이지요.”

실제로 97년 5억3000만달러였던 이랜드의 부채는 지난해 3억달러로 줄었으며 부채비율은 290%에서 117%로 격감했다.

매출액은 97년 4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7000만달러로 늘었고 현금흐름도 1300만달러에서 6300만달러로 좋아졌다. 특히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경영활동을 펼쳐 지난해 영업이익(748억원)은 전년보다 73.5%, 당기순이익(468억원)은 87.8% 신장했다.

“시장은 내가 아무리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하더라도 봐주지 않거든요. 기업과 주주의 가치를 일단 상승시켜놓아야 고생을 인정해주지요. 이랜드에 와보니 이 회사는 중저가 의류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개발해 86년부터 10년동안 승승장구를 했었고 결국은 한국의 모든 기업이 빠져들었던 ‘확장병’에 걸려 있었어요. 이것을 치유하기위해서는 일단 비계살부터 잘라내야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조 대표이사가 손댄 것이 신사복과 숙녀복 사업을 없애는 일이었다.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대신증권 런던법인장을 10년 지내며 영국의 온갖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신물나게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기업은 회사와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기업이라는 점이었지요. 회사가 직원에게 솔직하고 직원이 회사를 이해하면 서로가 사는 방법이 찾아지거든요.”

그래서 이랜드에서 도입된 것이 이메일 제안 제도. 직원들이 회사 업무와 관련된 제안을 대표이사에게 직접 이메일로 하고 대표이사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 뒤 합의점을 찾는다. “경영진보다 직원의 생각이 훨씬 뛰어날 때가 많아요.” 조대표의 평가다.

조대표는 앞으로 이랜드 직원을 지식 자본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직원마다 지식점수를 매겨 승진 및 고과에 중점 반영한다. “생산라인 100대 늘리고 사람 300명 모인다고 해서 목표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역할을 수행하게끔 해야지요. 직원 하나하나가 지식을 평가받고 확장하면 기업의 실력이 느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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