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세무대학 마지막 졸업식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26분


국립 세무대학이 설립된 지 20년 만에 학교 문을 닫는다. 재정경제부 산하 세무대학(학장 현오석·玄旿錫)은 17일 19회 마지막 졸업식 행사를 대학체육관에서 갖고 28일 공식 폐교한다고 밝혔다.

▽세무공무원 5099명 배출〓세무대학이 80년 4월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배출한 세무공무원은 모두 5099명. 5공화국 전두환(全斗煥)정권 출범과 함께 전문 세무공무원을 키우기 위해 문을 열었다. 졸업생 5099명 중 4482명이 국세청과 관세청 재경부 등에 소속된 공무원. 이 가운데 3400명이 국세청에 포진해 국세청 전체 공무원 1만7000명 중 5분의 1을 차지하는 막강 파워세력으로 자리잡았다. 또 관세청에서 일하는 ‘세대(稅大)’ 출신 공무원은 1000명. 나머지 600명은 전문 세무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세대 출신의 명암〓세대는 입학점수 기준으로 명문대 대열에 들어갔다. 우수한 학생들이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때문에 졸업후 대부분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세정(稅政)의 차원을 높인 공로자로 평가된다.

세대 설립 당시와 달리 지금은 서울시립대 강남대 명지전문대 등에서 세무학과가 설치돼 있다. 정부 예산으로 세무전문가를 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 때문에 폐교되는 것.

한편 일각에서는 몇년 전부터 세대 출신의 ‘세력화’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조직문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

세대 학생들은 학비면제는 물론 졸업 후 바로 8급 공무원 자리에 앉는 특전을 누렸다. 이들이 임용되면 나이가 훨씬 많은 4년제 대학 출신의 9급 공무원을 지휘하는 경우도 흔했다.▽세대 동문회 ‘재건추진위’ 만들며 반발〓세대 출신들은 폐교에 대해 동문회 차원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동문회(회장 박옥만)는 99년 세무대학 폐지법률안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법원에 내놨고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 ‘세무대학 법률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박옥만 동문회장은 “재건기금 10억원으로 학교를 세워 전통을 잇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교수들도 “우수한 세무공무원의 산실이 문을 닫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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