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금감위 부당내부거래 처벌… 공기업엔 '솜방망이'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28분


정부 당국이 금융기관 공기업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부당내부거래 처벌 수위가 들쭉날쭉해 피감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고무줄 잣대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의 판단 결과에 대한 공신력이 훼손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공기업 2차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과징금을 얻어맞은 한국통신은 강력 반발하며 26일 이의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 발표 때도 삼성 현대 LG SK 등은 “이의신청뿐만 아니라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본보 1월 26일자 A1·8면 참조)

▼ 대표이사 문책 딴판 ▼

▽민간기업엔 ‘철퇴’, 공기업엔 ‘솜방망이’〓공정위가 5개 공기업에 대해 내린 징계 수위는 4대 그룹 조치에 비해 강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통신은 자회사인 한국통신산업개발 한국공중전화 한국통신진흥 등 3사와 ‘봐주기식’ 지원성 거래를 하다 3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대표이사 등에 대해서는 문책하지 않았다. 한국통신은 1차 조사 때도 부당 내부거래사실이 드러나 7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4대 그룹 기업 대표는 각각 검찰에 고발당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카드 LG상사 SK글로벌 등의 대표이사들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된다. 4대 그룹이 공정위의 한국통신 처벌 수위를 놓고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조사기관 따라 수위달라 ▼

▽같은 사안이라도 기관 따라 처벌 수위 ‘들쭉날쭉’〓공정위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처벌 수위 또한 달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22일 대신증권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재무구조가 부실한 송촌건설 등 3개 계열사에 △회사채 지급보증 △무보증사모 전환사채 인수 △기업어음 인수 등의 방법으로 2545억원 어치의 지원성 거래를 하고 이중 99억7900만원 어치의 부당이익을 계열사에 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양재봉(梁在奉) 회장과 김대송(金大松) 사장을 해임권고하고 혐의사실을 검찰에 알렸다. 당초 실무진이 낸 징계수위는 양회장 업무집행정지 4개월, 김사장과 부사장 등에는 문책경고였지만 금감위 회의 과정에서 제재 수위가 대폭 높아진 것. 공정위가 5개 공기업에 대해 과징금만 물린 것과는 차별적인 조치라는 지적을 받을 대목이다.

▼ "형평성 잃었다" 提訴 ▼

▽피감기관은 못받아들인다 ‘배짱’〓비슷한 사안을 놓고 징계기관과 조사대상에 따라 이처럼 처벌 수위가 달라지면서 피감기관들은 ‘수긍할 수 없다’며 소송을 통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1∼4차 조사 때 부과된 과징금을 제때 내지 않고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최근 소송전담팀을 발족시켜 대기업과 ‘과징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담당 임원이 면피를 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소장을 내놓고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부기관의 ‘영(令)’이 서지 않고 있다.

▼ "위법반복 중징계 당연" ▼

▽당국의 해명〓공정위 조학국(趙學國) 사무처장은 “공기업과 대기업간 징계에 차이가 나는 것은 공정위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법을 반복했는지 여부”라며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문평기(文平基) 증권검사2국장은 “대신증권의 경우 부실 자회사에 지원한 규모가 너무 컸고 당시 신용금고사건까지 겹쳐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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