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 부실기업 퇴출 3일 발표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9시 04분


금융감독원은 퇴출대상 부실대기업을 11월3일에 발표한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돌출돼 발표시기는 다소 늦어졌으나 퇴출기업은 50개 안팎으로 당초보다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때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한 한빛 외환 등 6개은행에 대한 경영평가위원회(위원장 김병주 서강대 교수)의 평가결과도 함께 발표된다. 퇴출기업이 늘어나면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은행도 줄어드는 등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폭은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회생과 퇴출을 놓고 채권은행들간에 저울질이 치열했던 동아건설이 일단 퇴출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날 현대건설은 1차 부도를 냈다.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개혁 추진대회’에서도 ‘대마불사(大馬不死)’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회생가능성이 없는 대기업은 퇴출시킨다는 원칙이 재확인됐다.

▽퇴출될 기업 이미 상당수 결정〓각 채권은행은 10월초에 확정한 내부 기준에 따라 퇴출대상 기업을 선정해 놓았다. 현대건설 등 일부 대기업을 놓고 다른 채권은행과 ‘퇴출이냐 지원이냐’의 협의만 남겨 놓고 있다. 선정결과는 이미 금융감독원에 제출됐다. 한 시중은행의 퇴출심사 담당자는 이날 “개별 기업이 금감원을 상대로 마지막 소명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은 3일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할 최종 명단을 놓고 구체적인 설명자료를 만들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대는 기업을 무슨 근거로 지원하길 결정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구안을 현실화할 것인지’를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는 자료다.

▽은행 구조조정 폭도 확대전망〓동아건설이 퇴출되고 현대건설이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퇴출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조흥 외환 등 독자생존을 추진하는 은행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회생을 전제로 독자생존 계획을 짰는데 퇴출기업이 늘어나면 이런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외환은행은 4395억원, 조흥은행은 1245억원의 부담이 생긴다. 현대건설이 ‘잘못될’ 경우 주거래은행이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은 물건너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경평위원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이 너무 긍정적인 전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대기업 최종 결정이 나오면 은행의 앞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부실대기업 처리 ‘정공법’으로 선회〓부실대기업 정리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동아건설의 퇴출이 결정된데 이어 현대건설도 1차 부도를 냈다. 현대측이 납득할 만한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방침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퇴출되는 기업의 수도 늘어나고, 그동안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대기업들 중 일부가 퇴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퇴출심사 담당 상무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절대 끝나지 않는다. 잘은 몰라도 알려진 기업 중에서 질질 끌어온 부실대기업이 상당수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빛은행 김종욱(金鍾郁)상무는 “이번이 깨끗하게 기업부실을 털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경으로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충실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잠재부실도 아니고 세상이 다 아는 ‘현재(顯在)부실’인데도 처리를 미루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퇴출기업이 당초 20개안팎에서 50개 안팎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홍찬선·김승련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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