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지주회사체제 전환 시동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25분


LG가 국내 그룹중에는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LG는 그 첫 단계로 LG화학을 내년 상반기까지 3개의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5일 발표했다. 3개사는 두 개의 ‘사업법인’과 두 회사에 대한 출자와 구조조정 등을 관장하는 한개의 ‘지주회사’로 나뉘게 된다.

LG는 지난 7월에 “2003년까지 그룹을 순수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어 LG화학 분리는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LG구조조정본부는 “LG화학에 이어 LG전자도 내년에 출자관리와 사업부문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내년 상반기까지 생명과학 및 출자관리 분야를 제외한 생활건강부문과 화학부문을 분리, 3개의 별도법인으로 분할된다.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등은 화학부문이, 생활용품 화장품 등은 생활건강부문이 맡게 된다. LG화학으로 남을 기존 법인은 출자 자산의 관리와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화학지주회사’로 전환된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생명과학 부문은 신약의 상품화 등을 통해 수익성이 확보될 때까지 기존 법인에 남겨놓되 향후 외자유치 및 해외 증시상장 등과 연계해 분리키로 했다.

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면 구본무회장 일가는 지주회사만 지배하고 사업법인들은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회사분할에 따른 신설법인 주식을 기존법인 주주의 지분율에 따라 배분하는 ‘인적분할’을 채택키로 했다. 따라서 기존 주주는 회사분할 비율에 따라 3개 법인 주식을 분할 소유하게 된다. LG화학은 “자본과 부채까지 나눠 분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은 없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앞으로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논의와 의결절차,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주회사전환에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돈이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해야 한다. 현재 오너인 구본무회장 일가(11%)와 자사주 지분(6%)을 합한 17%의 지분을 기준으로 할 때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33%를 더 사야 한다. 1억1000만주의 주식을 현재가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4720억원 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LG화학은 “이 자금은 화학 분야와 관계없는 출자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 등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사업 부문은 형식상 그룹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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